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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서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 과학도서처럼 뭔가 꼼꼼히 읽어서 지식을 얻어내는 책보다는 소설류의 책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런 소설류 중에서도 내게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레이몬드 챈들러다. 한 1년 전에 <빅슬립>을 읽을 때에는 인물묘사, 상황묘사가 촘촘히 드러난 문장들을 읽으면서 버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 때문에, 한동안 챈들러는 내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랄까. 하지만, 이번에 잡아든 <안녕 내 사랑>에서는 그와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흔히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가로 레이몬드 챈들러를 꼽는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설 탐정인 말로는 냉소적이고, 비정하지만, 그래도 밉지는 않은 그런 인물이다. 되려 그 특유의 유머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챈들러의 소설은 다 집어 읽겠구나.)
이 책에는 몇 가지 사건이 등장한다. 말로는 우연히 무스 맬로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잠깐 사이에 무스 맬로이는 살인은 저지르고 훌쩍 사라진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감옥에 가기 전에 애인이었던 벨마를 찾고 있음을 들었던 말로는 기분 전환도 할겸 벨마의 행방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러던 와중에 비어가는 통장의 잔고를 채워줄 의뢰인이 등장한다. 사라진 보석을 되찾기 위해 강도에게 합의금을 전달하는 자리에 함께 가자는 것. 하지만, 그 곳에서 그 의뢰인은 살해당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하면서 그는 마약 주사를 맞고 병원에 감금되기도 하고, 곤봉으로 흠찟 맞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실은 그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사건이 진상으로 한발씩 다가선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트릭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챈들러의 소설은 그리 확 구미를 당기게 하지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좀 독특한 추리소설을 접하고 싶은 사람이나, 멋진 문장들을 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챈들러를 만나기를 권하고 싶다.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문장을 눈 앞에 떠올리다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
여담이지만, 올드보이의 OST에 있던 Farewell, My lovely가 떠오른다. 올드보이 OST에는 The Big Sleep이라는 곡도 있었는데,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