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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십각관에서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있었던 것도 벌써 3년 전. 그 때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던 시마다는 추리소설가가 되어 있었고, 친구들을 잃었던 가와미나미는 출판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지난 사건의 상처때문에 가와미나미는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시마다를 피해 왔으나, 아무래도 뭔가 인연이 있는 것 같은 시계관의 취재를 앞두고 시마다를 찾아가게 된다. 다시 만난 두 사람. 그리고 다시 만난 나카무라 세이지의 건축물.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과거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복수.
이 전에 읽었던 <십각관의 살인>에서는 섬 안과 밖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됐다면, 이 책에서는 십각관의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구관에서 나온다는 영혼을 만나기 위해 4일동안 구관에 자발적으로 갖힌 사람들. 그리고 뒤늦게 십각관을 찾아 신관에 머물게 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경험했을까.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대체 무엇인가.
십각관을 만든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는 시계관이라는 또 하나의 괴이한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건축물의 모양은 시계 모양이고, 진자까지 달려 있다. 방의 전개도만 봐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물인 것이다. 단순히 건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트릭으로, 하나의 중심으로써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이야기 되는 사건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십각관의 살인>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어느 정도는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재미는 떨어지는 듯 했다. 범인의 정체가 살짝씩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했다.시마다가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짚어가는 부분에서는 '아! 그랬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몇 페이지에 이어지는 그 장관에서는 만약 내가 실제로 그 장면을 봤다면 난 아무 행동도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있었을 것 같다.
책 속에서 시마다가 지었다라고 하며 <미로관의 살인>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작가 후기에도 이 책을 자신의 관 시리즈의 1기 종료 작품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 등장하고 있어서, <십각관의 살인>밖에 읽지 못한 나로써는 그의 나머지 관 시리즈 (수차관, 미로관, 인형관)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더불어 이왕이면 관 시리즈를 순서대로 내줬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