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집이나 회사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는 말을 하곤 한다. 홍차도 아니고, 녹차도 아니고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차 중에서 하필 커피인가? (요새야 웰빙 웰빙해서 "커피 드릴까요? 녹차 드릴까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집에서 타먹는 커피믹스나 학교에서 파는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에서부터, 별다방(=스타벅스)에서 파는 5000원이 훌쩍 넘는 카라멜 프라푸치노까지. 하루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커피는 과연 언제부터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일까? 바로 이 책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에서 나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고종 때의 일이다. 고종은 커피를 꽤나 좋아해서 (나처럼)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고, 그 때문에 커피로 독살당할 뻔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종에서부터 시작된 커피 사랑은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점차 중앙의 관료, 서울의 양반, 지방의 양반에까지 확대되어 간다. 그리고 다방이 생기면서 점차 모던보이, 모던걸들도 커피의 향과 맛에 취해간다.

  수많은 다방들이 생겨나지만 제법 오랜 기간동안 커피는 일반인들에게는 특별한 마시는 음료처럼 취급받는다. 예를 들면,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난다고 해 마치 한약 탕국과 같다고 '양탕국'이라고 불렀고, 귀한 손님이 올 때면 커피를 당연시 내놓았다는 기록들을 보면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별식이고, 특별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여름이었나 EBS에서 명동백작이라는 문화사시리즈를 해준 적이 있었다. 명동백작이라 불리던 이봉구가 김수영, 공초 오상순, 박인환 등의 인물들과의 이야기들을 풀어가던 거였는데, 그 때 굉장히 인상에 남았던 것은 다름아닌 다방씬이었다. 한 회라도 다방씬이 나오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다방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모나리자에 가면 누구를 볼 수 있고 돌체에 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곳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원고 청탁을 받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부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커피를 끓이는 장면들도 나왔는데, 그 또한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다.

  이 책 속에는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름 아닌 꽁초 커피, 톱밥 커피와 같은 이야기였다. 좀 더 많은 커피를 뽑아내기 위해서 커피를 끓일 때 꽁초를 넣고, 톱밥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자뭇 충격적이기까지 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먹을 걸로 장난치는건 참 기분이 나쁘다.(암만 돈이 좋아도 그렇지.)

  사실 커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영화배우 안성기이다. 이 책에서 보면 안성기는 같은 회사의 커피 광고를 20년 가까이 했다고 하니, 최고 기록인 김혜자의 다시다 광고(24년이나 했단다.)에 나온 것과 거의 비견할 만하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 했으니 이제는 커피하면 자연스레 안성기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안성기의 경우와 같이 커피 회사들이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이 또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고종이 살던 1896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커피. 2005년인 지금도 커피는 여전히 우리의 생활 속에서 멋진 파트너로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 두껍지는 않은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커피사에 대해서 쭉 훑어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듯 싶다. 좀 더 많은 내용이 알고 싶다면 책에 달린 몇 백개의 각주들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럼 이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라고 얘기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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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9-18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주가 몇 백개... -_-;;;
커피하면 안성기! ^^;;

이매지 2005-09-1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주가 삼백 이십 몇 개 였던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