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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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책에 밑줄을 긋는 자는 하나의 질문과 대면하게 된다. "왜 하필 그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가?" 참으로 심플하고도 당연한 질문이지만 막상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왜 살아가느냐/사랑하느냐'에 맞먹을 정도로 한없이 존재론적인 질문이니까. 마음에 들어서? 멋진 문장이라서? 그건 마치 밥을 먹으니까 살고, 예쁘니까 사랑한다는 대답과 비슷하다. 물론 딱 떨어지는 대답이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또 밑줄을 긋는다.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며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타인의 세계를 끌어안으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읽어 넘기면 그만인 문장들에 줄을 그어 되새기고, 언젠가 다시 펼쳐 읽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헌책방이나 도서관에서 낯모르는 이의 밑줄을 만났을 때,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그건 차라리 사랑이 아닐까? 예쁘게 긋지 못하면 어쩌나, 내가 그은 선을 누군가 비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따위는 벗어버린 사랑, 말이다. -20~1쪽

전 지구가 하나가 된 이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책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란 그런 법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외롭고 쓸쓸해서 읽고 싶고, 읽을수록 외롭고 쓸쓸하다…. 외로워서 읽는가 읽어서 외로운가 하는 그런 질문은 나에게 하지도 말라. 뭐, 어쨌거나 결국 한 권의 책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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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12-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보았던 마음이 나와있네요
그래서 전 요즘 밑줄을 잘 안그어요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요

이매지 2012-12-27 13:0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잘 지내시죠? ^^
저는 한편으로는 기억의 매개물로 밑줄을 긋는 것도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