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토마스 1 팡토마스 1
피에르 수베스트르.마르셀 알랭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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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토마스!"
"뭐라고요?"
"팡토마스 말입니다……"
"그게 뭔데요?"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죠!"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누구도 아니면서…… 분명 누군가이긴 한 존재!"
"도대체 그 누군가가 뭐 하는 사람인데요?"
"공포를 퍼뜨린답니다!"-7쪽

우리가 사는 이 시대야말로 사상 초유의 무섭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를 낳게 한 장본인이다 이 말씀입니다. 궁지에 몰린 공권력과 떠도는 풍문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팡토마스라는 괴이한 존재 말이에요! 팡토마스…… 실은 그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건 물론이고, 얼추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때로는 신분이 확실하다 못해 다들 알 만한 인물이다가도, 어떨 땐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인물로 둔갑하기도 하니까요! 아, 팡토마스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곳에 있어요!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가 나도는 곳엔 반드시 그의 그림자가 배회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해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범죄사건들 주변엔 항상 그의 흔적이 감돈단 말이에요. -10쪽

세상 어디에도 완벽하게 안전한 자물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셔야죠. 어차피 열쇠로 열리는 것이 자물쇠인 한 말입니다. 만약 문에 간단한 구식 걸쇠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걸쇠로 문이 잠긴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뿐이니, 아무도 그곳에 들어가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열쇠만 있으면 얼마든지 열리는 자물쇠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한데 본을 뜰 수 없는 열쇠란 존재하지 않고, 일단 본을 떠놓으면 어느 열쇠든 위조할 수가 있지요. 결국 범인은 그와 같은 위조 열쇠를 가지고 성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93~4쪽

아, 팡토마스는 존재합니다! 그건 내가 알아요. 하지만 과연 그가 누구냐 이 말입니다! 적어도 가늠할 수는 있는 위험이라야 물리치고 극복하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으니 그저 벌벌 떨 수밖에요. -101쪽

"잔느 양, 지금 같은 여름 저녁에 이렇게 멋진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묘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전 별로 안 그런데……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보다시피 나는 불행히도 좀 감상적인 타입이랍니다. 여태껏 따스한 애정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지요. 가슴속에 간직할 진정한 사랑이 절실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베르비에 씨를 보는 프런트 담당 여직원의 눈빛에 살짝 빈정대는 기색이 어렸다.
"그런 것 모두 부질없어요. 사랑처럼 어리석은 게 또 어디 있다고…… 몹쓸 병처럼 조심해야 하죠!"
하지만 앙리 베르비에는 부드럽게 반박했다.
"그럴까요? 사랑은 결코 어리석은 것 같지 않은데요. 오히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부자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자가 되어봐야 배만 곯기 십상이죠."-2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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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는 문외한인데 이거는 좀 땡겨요.^^

이매지 2012-03-30 09:43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스텔라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