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구판절판


사람에게는 해묵은 욕망이 존재하고, 특별히 배우지 않고도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41쪽

그녀는 활자로 도배된 세상이 끔찍했다. 활자를 자신에게 닥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활자는 거리를 두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그녀에게 활자를 보여 주려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활자를 피하려는 버릇은 몸에 깊이 배어 있었다. 더 이상 의식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이나, 타인을 향한 애정, 인간적인 열정이 솟아나는 샘은 이러한 이유로 오래전에 말라 버렸다. 이제는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이러한 자신의 상태가 인쇄물이나 책, 손으로 쓴 글자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동정심을 앗아갔고 상상력을 위축시켰다. 심리학자들이 애정이라고 부르는,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그녀의 기질 안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61~2쪽

커버데일 가족은 참견꾼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선의를 품고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었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이 아니라면, 자일즈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62쪽

각자 속으로는 상대의 모습이 바보 같다고 여겼지만, 이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지지는 않았다. 우정이란 때로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할 때 가장 돈독해지곤 한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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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1-1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얘긴데요 이매지님(오래간만이에요!), 요즘 드라마 <셜록 홈즈>에 빠져 있어서 이매지님 생각 났어요. (그래서?)

이매지 2012-01-19 15:32   좋아요 0 | URL
으히히, 저도 셜록 너무 좋아요!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아껴보고 있어요 ㅎㅎ
그나저나 셜록을 보시면서 제 생각을 하셨다니 뭔가 감격스럽습니다. 네꼬님 쵝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