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구판절판


이런 걸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하는 걸까? 미쿠모 고등학교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했다, 애썼다, 에이이치! 물론 에이이치 본인도 기뻤다. 다 널 위해 하는 말이니 포기하라고 했던 담임이나 좌절도 인생 경험의 하나일 테니 도전해보라고 했던 진로지도 선생에게 앙갚음을 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추억들이 빛이 바래고 칙칙해져서 부옇게만 보인다. 무슨 일이든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다.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는 것은 순발력을 단련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51쪽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다양한 일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개중에는 신기한 일도 있다, 나는 그런 세계관으로 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107쪽

-뜻밖에 낚은 물고기에는 뜻밖의 즐거움이 있도다.
목적했던 물고기가 아니더라도 뭔가를 낚으면 그 나름대로 즐겁다는 정도의 의미일 텐데, 탐문을 해나가는 와중에 에이이치도 그런 기분을 맛보았다. 선생님 찾기라는 구실 따윈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어느 노부부 할머니의 공습 체험담과 할아버지의 만주 귀환 이야기에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51쪽

즐거운 추억 이야기, 이웃과 보낸 한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과 기록. 실로 바람직한 일이었다. -254쪽

결국은 느낌이라고 생각해. 마음으로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그건 과학이 아니야. 과학이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똑같은 느낌이 깃든다고 할 수도 없지. 하지만 난 내 마음의 느낌을 믿어. -280쪽

정보란 늘 잘못 전달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304쪽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 한다. 비밀을. 무거운 짐을.
언제라도 좋은 건 아니다. 누구라도 좋은 것도 아니다. 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되는 때와 대상에 기준은 없다. 등을 돌리고 앉은 운전기사라도 좋고 어느 날 들이닥친 고등학생 두 명이라도 좋다. 그 모든 것은 마땅히 밝혀져야 할 비밀 쪽 상황이 결정한다. 흘수선을 넘어섰을 때, 쌓이고 쌓인 침묵의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렸을 때. -388쪽

어쩌면 저 애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애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앞으로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지는 여자. 울리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항상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해. 그런데도 왠지 울려버리고 말 때가 있지. 남자한테는 그렇게 되어버리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야. 그러니까 멍청이지. -4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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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1-12-1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계시네용..ㅋㅋ 저는 이번 주말에 집에 내려가면서 읽으려구요.

이매지 2011-12-15 15:06   좋아요 0 | URL
이제 하권 읽어야지요.
되게 소소해서 가볍게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집에 내려가면서 읽기도 좋으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