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어떤 사람은 이런 인생을 살고 또 다른 사람은 저런 인생을 산다. 그 중 하나가 내 인생이다. 가끔 엄마가 "하필이면……." 하시는데, 내가 아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건 재미없는 일이니까. -6쪽

우리가 태어날 때 조물주가 아홉 개의 건강한 공과 한 개의 병든 공이 든 주머니에 손을 넣게 하셨는데, 나는 그중 병든 공 한 개를 골랐을 뿐이다. 내가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 불행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니 님들도 그런 걱정이랑 마시길……. 사람은 저마다 제멋에 겨워 사는 거니까. -7쪽

만두 걱정 마시길…… 만두는 변함없는 만두일 뿐……. 장담하건데 아마 알라딘에 가장 오래 남을 인물이 만두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하여간 만두는 끈질기다. 어쩌면 만두의 병도 정떨어져서 나가 버릴지 모를 일이다. -7쪽

리뷰를 쓰는 건 글을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책을 읽고 소감을 올리는 것뿐이다. 가끔 스포일러성 글을 올려 비난받기도 하지만 아마추어 리뷰어의 글쓰기가 다 그런 게 아닐까. 서재를 예쁘게 잘 꾸미고 싶다면 무엇보다 노력과 정성이 중요하다. 남의 글을 도용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냥 책을 읽고 좋았다거나 나빴다는 몇 마디 정도만 써도 되지 않을까.
내가 만든 서재는 내 얼굴이다. 내 얼굴에 남의 눈과 코를 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24~5쪽

지금 내가 가진 게 누군가의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골고루 적당히 가지면 좀 좋을까 싶은데, 세상은 언제나 고스톱 판처럼 따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39쪽

누구나 분기점에서는 불안하다. 누구나 살면서 굴곡을 겪게 마련이다. 누군가 말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땅이 있어 좋다고. 이 말이 맞나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산을 넘어도 또 다른 산이 보이는 게 인생이다.
넘어져도 일어설 땅이 있어 좋은 사람은 일어서기를…… 일어설 수 없는 사람은 그 땅이 늪이 아님에 감사하기를…… 설사 늪이었다 하더라도 똥통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를. -89~90쪽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상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 더 행복해지기를, 더 많이 갖기를, 더 성공하기를, 꿈이 이루어지기를……. 하지만 그 과정에는 좌절과 슬픔이 있기에 고통스럽다.
한평생을 살면서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생이 행복한 사람도 절대 없다. 행복은 불행 가운데 생기는 감정이다. 불행은 인간의 필요악이다. 불행한 사람도, 행복한 사람도 똑같이 고통스럽다. 지금 당신에게도 어떤 고통이 있을 것이다. 어젯밤 마신 술로 쓰린 속도 고통이다. 시험에 떨어진 것도 고통이다. 지인의 죽음도 고통이고 병든 것도 고통이다. 그러니 어쩌면 좋을까?
고통은 끌어안고 사는 것이다. 끌어안고 보면 고통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고통에 슬퍼하고 자신의 고통을 서글퍼하며 살기를…… 왜 사냐고 묻거든 웃어 보자구. 산다는 게 별거냐구. 고통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저 한 번 웃고 넘겨 보자구. 그럼 누가 알아? 고통과도 친구가 될지…… 설마 친구가 나쁘게야 하겠어? 나쁘게 해도 할 수 없지. 친구니까. -111~2쪽

관계란 일방통행이 아니다. 언제나 쌍방통행이어야 한다. 그리고 배려와 이해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에게 그걸 보여 주셨다. 만약 아버지가 권위적인 분이었다면 우리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엄마한테 잘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관계를 맺고 산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부부 관계, 형제 관계, 친구 관계, 이웃 관계 등등……. 그 관계를 맺기 위해 그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배려와 이해는 필수다. 가끔 충돌도 하지만 단단한 관계는 충돌 몇 번에 깨지지 않는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많은 사랑이 있는 사람이 먼저 이뤄야 한다. 울 아버지 말씀이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른들의 이해와 배려,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나라에서도……. -121쪽

누구든 살면서 남보다 우위에 놓이길 원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게 그리 중요한가. 내 삶은 이생에서 단 한 번뿐이고, 그 삶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스스로가 아름답게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175쪽

방명록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많은 분들의 서재가 썰렁해서 가슴이 아렸다. 다른 곳으로 옮긴 분들도 있고, 생활에 변화가 생긴 분들도 있겠지. 어언 2년.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남들은 많이 변한 거 같다. 그게 슬펐다. 가고 오는 인연을 막을 수는 없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티가 나는 법이다. 새로 오신 님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과 함께 이제 아니 보이시는 님들을 향한 그리움도 쌓인다. 잘 계시길. 어느 곳에서든 늘 건강하시기를.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뵈지 않는 님들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아 본다. 감은 눈 속에서나마 님들의 자취를 그릴 수 있기를. -214~5쪽

나이 들면서 좀 느리게, 좀 여운 있게, 그저 뭔가를 바라만 볼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아닐까. 지금 달과 별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세상에 어떤 여고생이 책갈피 사이에 은행잎을 끼워서 말리고 누군가에게 시를 지어 부치는 설렘을 맛볼까.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
"니들도 나이 먹어 봐라."
나이를 먹으니 좋아요. 아마 나이 들면 들수록 더 좋아지겠죠. -245쪽

그렇다. 나는 별점이 워낙 후하다. 사요나라님은 내 별점 세 개가 다른 분의 한 개 반 정도라고 했다. 네 개 이하로는 잘 안 준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100점을 만점으로 봤을 때 작가의 작품에 80점 이하를 줄 자격이 내게 있느냐를 생각한다. 둘째, 혹여 별점 때문에 추리소설을 안 읽는 독자가 생길까 봐서이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대부분 추리소설만을 읽는데 감히 추리소설을 깎아내릴 리가 있나. 그래도 깎을 때가 있다면 출판사의 무성의한 오타 남발, 잘못된 제본 등등 때문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에게는 조금 짜다. 내 자식은 매를 한 대 더 때리는 심정으로. 그것뿐이다. 별점을 후하게 줬지만 막상 리뷰를 읽어 보면 내가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 한 것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별점과 함께 리뷰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모쪼록 님들이 추리소설을 많이 사랑해 주신다면 전부 별점만 주는 만두가 된다고 해도 좋다! 에헤라디여다. -281~2쪽

그동안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을까. 그 많은 책 중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숨어 있을까. 그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빛내지 못한 것이 가슴에 박혀 아프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좋은 독자가 아니어서 죄송하다고. 그래도 제발 책을 쓰시라고 말씀드리면 너무 뻔뻔할까?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기 위해 누군가 피를 토하며 썼을 글을 읽지 않고 모르는 척 외면한 죄. 책을 사랑하며 많이 읽는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321쪽

이 정도 일로 약해지긴 싫다. 이것보다 더한 일에도 약해지지 않았다. 세상에는 약해져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약해지고 싶어도 약해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미 넘어진 사람도 있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약한 건 아니다. 강하다는 것이 약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고, 약하다는 것이 강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 어디에서라도 버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때가 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사람도 있고 추락만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고 나면 단지 기분이 나쁜 일이었을 뿐. 세상에 이보다 더한 일이 있을까 싶겠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더한 일이 있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겠지만 더 나빠지기도 한다. 목숨이 있는 한 약해질 수 없음은 나를 지켜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기운 빠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 누군가 나를 바라봐 주는 한, 나는 절대 약해지지 않겠다. 죽을 때까지. 그리고 떠나야만 하는 날이 올 때까지 절대 떠나지 않겠다! -339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1-12-0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계시는군요..저도 얼렁 사야겠어요..^^

이매지 2011-12-01 09:15   좋아요 0 | URL
물만두 삼남매의 이야기에 웃고 즐기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

전호인 2011-12-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습니다.
물만두님을 이렇게 1년만에 재회하게 되는군요^^

이매지 2011-12-02 23: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울다 웃다 하면서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