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 상식으로 통하는 것, 훌륭한 사람들이 공인된 언어로 지금 이 시대는 이런 시대라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고 따분해하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좀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가슴이 뛰고 안타깝고 아름답고 또한 어처구니없기도 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인간에게 분명 있으리라고 믿는 것. 그런 근엄한 언어로는 도저히 길어올릴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우리가 소설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12~3쪽
소설의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마니아다운 독서법일 것이다. 작가 편에 서는 독서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소설이란 무대 설정, 등장인물의 숫자, 그 배치와 들어오고 나가기, 줄거리와 전개, 문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진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요소를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독자에게 하나의 세계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 소설은 왜 이렇게 재미있지? 이 소설은 왜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겠지? 몸속의 기능을 분석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듯이, 소설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