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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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미미 여사의 에도 이야기, 그 아홉번째다. 지난 번에 읽었던 『하루살이』가 각각의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장편처럼 연결된 연작 단편이긴 했지만 분량이 짧아 다소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 『미인』은 두툼한 장편이라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어서 좋았다. 장편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지 몰라도 미미 여사의 작품 또한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힘이 느껴져서 좋다. 원제가 '텐구 카제(천구 바람)'인『미인』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갸웃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아' 하고 『미인』이라는 제목에 수긍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기를 바라고, 아름다운 여인을 부러워하는 여인네의 마음은 같았던 걸까. 『미인』은 바로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마음을 나눈 남자와 결혼을 앞둔 한 처녀가 갑자기 사라진다. 처녀의 아버지는 핏빛의 붉은 노을과 거센 바람이 불어닥쳐 딸을 데려갔다고, 자신의 딸이 '가미카쿠시'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였기에 되려 그가 딸을 죽인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받는다. 결국 그는 자살을 선택한다. 그 무렵 다른 가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두번째 실종사건에는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날아든다. 첫번째 사건 이후 조사를 시작한 오하쓰는 오빠 로쿠조를 도와 돈을 몸값을 지불하러 가고, 그곳에서 거센 바람과 함께 관음보살을 빼닮은 요물을 만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 오하쓰는 우쿄노스케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고, 또 한 명의 조력자 꼬마 고양이 데쓰를 만나게 된다. 제각각의 능력을 가진 세 주인공. 과연 요물의 정체를 밝혀낼 수, 사라진 처녀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소재인 '가미카쿠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바로 그것이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가미카쿠시가 재미있게 그려졌다면 『미인』에서는 좀 더 절박하게 그려진다. 요물에게 조금씩 기운을 빼앗기는 처녀들을 죽기 전에 구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의 답이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아름다움을 손에 넣지 못한 마음이 낳은 망념. 하지만 누가 이 여인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과연 더 아름답고 싶은 마음이 비뚤어져 요물이 되어버린 천구가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졌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쪽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미인』은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아예 말하는 고양이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읽어서인지 그리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가미카쿠시도 한몫을 한 듯) 오하쓰와 데쓰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라던가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사이의 미묘한 핑크빛 기류 등 책의 주된 줄기보다 부수적인 잔재미가 쏠쏠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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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매지님 리뷰를 읽어보니 급 책이 땡기는데용^^

이매지 2011-08-19 23:04   좋아요 0 | URL
제 리뷰에 잘 호응(?)해주시는 카스피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