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세요, 유지니아." 어머니의 규칙에 따라 가끔이라도 유지니아라는 본명으로 나를 불러준 사람은 콘스탄틴이 유일했다. "진짜 못난이는 가슴속에 살지요. 못난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야비한 사람이거든요. 아가씨도 그런 사람일까요?" "모르겠어요. 안 그런 것 같아요." 나는 훌쩍였다. 콘스탄틴은 내가 앉은 식탁 의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관절이 부어서 쩍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콘스탄틴이 엄지로 내 손바닥을 꾹 눌렀는데, 이건 우리 사이에서 들어봐요, 내 말 좀 들어봐요, 하는 신호였다. "아침마다,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콘스탄틴이 바투 붙어 있어서 그녀의 검은 잇몸까지 다 보였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저 바보들이 오늘 내게 지껄인 말을 믿을 것인가?"-110~1쪽
콘스탄틴이 자기 엄지를 내 손에 꾹 눌렀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백인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 만큼은 나도 똑똑했다. 그래도 비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나는 못 생겼겠지만 그녀가 내게, 내가 그저 어머니의 백인 자식이 아니라 뭔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살면서 끊임없이 정치에 대해, 유색인에 대해,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무엇을 믿으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콘스탄틴이 내 손에 자기 엄지를 꾹 누른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믿을지는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11쪽
오, 비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짜릿한 일이었다. 나이가 비슷한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담배나 어머니의 눈을 피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당신이 기형적으로 키가 크고 머리가 곱슬곱슬하고 생김새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당신의 어머니가 조바심치며 어쩔 줄 몰라할 때 누군가 당신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 말없이 눈빛으로, 나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요, 해주는 것이다. -114쪽
어느새 생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흘러간다. 저 백인 여자들이 우리가 저들에 대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내면, 저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 진실을 말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 결국 무슨 일이 생길지 나는 아주 잘 안다. 여자들은 남자들 같지 않다. 여자들은 방망이로 후려치지 않는다. 미스 힐리는 내게 권총을 들이대지 않을 것이다. 미스 리폴트가 내 집에 불을 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아니, 백인 여자들은 자기들의 손은 더럽히지 않는다. 저들은 마녀의 손가락처럼 뾰족하고 병원 쟁반에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예리한 치과용 기구들처럼 번쩍이는 도구를 쓴다. 그것으로 당신을 서서히 괴롭힌다. -318쪽
나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평소에는 교회 내부보다 더 시원한데 오늘밤은 여기도 덥다. 사람들이 커피에 얼음을 넣는다. 나는 누가 왔는지 둘러보면서 미스 힐리의 의심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린 것 같으니 더 많은 가정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미 서른다섯 명이 거절했다. 아무도 살 사람이 없는 물건을 파는 기분이다. 키키 브라운의 레몬 향 나는 광택제처럼 부담스럽고 냄새나는 무언가를. 하지만 키키와 내가 같은 점은 나도 내가 파는 물건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이 이야기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것이다.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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