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장바구니담기


화가놀이, 한참 배우의 길을 걸어오다가 얼마 전에 들어선 또다른 길, 화가라는 이름이 스스로 어색해서 그렇게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뻘춤함을 느낀다고 해서 화가의 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게 그림은 연기만큼 절대적인 것이니까.
무엇보다 내게 배우와 화가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이다. 배우가 쌀로 밥을 짓는 일이라면 화가는 그 찌꺼기로 술을 담그는 일 같다고 설명하면 어떨까. 같은 재료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 방법에 따라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나온다.
운동선수처럼 독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밥과 같은 연기가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몸과 마음에는 잔여물이 생긴다.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술과 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연기에 정진하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1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1-05-1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며 화가 놀이라 하네요. 재미있고 하고 싶어 해야 진짜가 나오겠지요.
멋진 배우네요. 연기의 허무를 그림으로 푼

이매지 2011-05-16 23:09   좋아요 0 | URL
읽고 있는 중인데 참 진솔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중간중간 실린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