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장석 동서 미스터리 북스 8
월키 콜린즈 지음, 강봉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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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멍하니 책장을 보면서 뭘 읽을까 고민하다 차마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없는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꺼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당시의 시대상이나 코난 도일의 생애 등 곁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중 내 눈을 잡아 끈 소개가 있었다.   

   
  <흰옷을 입은 여자>와 <월장석>이라는 19세기 최고의 걸작 서스펜스 소설 두 편을 쓴 윌키 콜린스는 커프 경사를 창조했는데 <월장석>에 처음 등장한다. 커프는 잉글랜드에서 역대 최고의 형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천재적이라기보다는 열정적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사건을 해결한다. 안타깝게도 <월장석> 이후 그는 소식이 묘연하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그동안 책장 안에 고이 '꽂아만' 두었던 <월장석>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커프 경사를 만나기 위해 이야기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한 인도 사원에 있는 월신상 이마에 박혀 있던 월장석. 월신상의 이마를 떠나 이곳저곳을 떠도는 동안 월장석은 여기저기에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설정은 <인디아나존스> 류의 작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월장석>이 그런 이야기와 다른 점은 이 이야기가 월장석을 손에 넣기 위한 모험담이 아니라, 벨린더 양이란 매력적이고 젊은 아가씨의 생일 선물로 돌아온 월장석이 그날 밤 감쪽 같이 사라지고, 당시 그 저택에 있었던 이들의 일기 등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한 명의 필자가 기록을 마치고 나면 그 뒷이야기를 또다른 화자가 이어가는 방식이라 중복되는 부분 때문에 다소 분량은 늘어난 감이 있었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더 생생히 느껴져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캐릭터를 골라보라면 모두가 집사인 베텔레지 노인을 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애초에 커프 경사를 만나려는 계획과 달리 <로빈슨 크루소>에 빠져 있는 베텔레지 노인에게 푹 빠졌다.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탐정열에 시달리기도 하고, 집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다가 지루해서 관둔 적이 있었는데, 맹목적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일종의 점괘처럼 받아들이는 베텔레지의 모습에 다시 한번 다시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장 비호감인 캐릭터였던 클라크양의 이야기도 다소 사족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에 유머를 불어넣어준 수기가 아니었나 싶었다.

  일단 이 책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빠른 전개나 끝까지 이어지는 긴장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지루하다, 혹은 고루하다고 평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전통 미스터리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긴 하지만, 분명 나름의 매력을 가진 책이다.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 혹은 반전에 신경 쓰기보다는 약간의 미스터리에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난다고 생각하고 본다면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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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호흡이 좀 길긴하지만 차분히 읽다보면 재미를 느낄수 있어요^^

이매지 2011-03-11 13:08   좋아요 0 | URL
기대한 것보다 매력적이더라구요 ㅎㅎㅎ
역시 이래서 고전은 고전의 맛이 있나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