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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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다른 작품이 궁금했던 우타노 쇼고. 오랫동안 뜸을 들인 뒤 잊을만해진 올해가 되어서야 우타노 쇼고의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시체를 사는 남자> 등을 읽고 작품 간의 다소간의 편차는 있었지만 <벚꽃~> 때문에 생겨난 반전작가라는 인상만 지우고 본다면 전체적으로 꽤 안정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해피엔드에 안녕을>을 읽으며 어쩌면 이 작가의 최대 무기는 반전이 아니라 시니컬함이 아닐까 싶어졌다.

  <해피엔드에 안녕을>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정, 여기에 조금씩 어둠이 스며드는 것을 이 책은 한 발 물러서서 담담하게 그려낸다. 부모의 일방적인 편애를 받는 언니 밑에서 자라며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소녀도, 어릴 때는 촉망받았지만 이제는 성실함 빼고는 별 볼 일 없어진 고교 야구 선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시엔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을 일 때문에 TV로 지켜보는 어머니도, 아직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나 생에 아무런 의지 없이 그저 적당히 살아가는 노숙자, 우연히 미팅에서 만난 남자에게 섬뜩하리만큼 애정공세를 받는 여회사원도, 모두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친숙하다. 그래서일까. 출퇴근 시간에 이 책을 읽으며 마치 라디오를 듣는 기분이, 마치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의 어둠을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슬몃슬몃 오싹해졌다.

  11편의 단편의 분량도, 작품간의 편차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기자기한(이런 표현이 과연 책의 내용과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재미가 있었다. 반전이나 서술트릭을 다룬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조금은 식상하게 느낄 트릭도 보였지만, 알고도 속는 맛이 있어서 나름 출퇴근 시간이 심심하지 않았다. 단순히 반전이나 서술트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건 사회파 추리소설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내용들도 엿보여서 신선했다. 보통 한 작가의 소설을 두어 권쯤 읽어보면 이 작가는 이런 작가구나 하고 감이 오게 마련인데 우타노 쇼고는 아직도 뭔가 더 알고 싶고, 더 궁금하다. 이 작가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이 작가의 최고작은 결국 무엇일지. 그 답을 얻을 때까지 우타노 쇼고의 매력에 계속 빠져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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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사람을 헛갈리게 한다니까요. 벚꽃~과 그리고 명탐정이~를 연달아 얼마 전에 읽었는데
당분간 멀리했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어요.

이매지 2010-12-13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까지 네 작품 읽어봤는데, 아직까지는 <벚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ㅎㅎ
최근에 나온 <밀실 살인 게임> 조만간 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