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면서도 뭔가 딱 이거다 싶은 책이 없어 방황하던 중 트친님과의 대화를 하던 중 이 책이 번쩍 찾아왔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예전에 사두고는 고이 꽂아만 두었던 책. <나의 미카엘>이라는 제목 때문에 어쩐지 어린아이에 대해 쓴 글이 아닐까 지레짐작도 해봤지만, 의외로(?) 갑작스럽게 시작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부터 책은 시작된다. 

  10년 전,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과의 첫 만남.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그녀의 팔꿈치를 한 남자(미카엘)가 잡아주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의 시작. 그 설레임. 그녀는 미카엘과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것일까. 그녀는 결혼 전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결혼 후에도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랑도, 그들의 행복도, 그렇게 어렴풋한 미소만 남긴 채 현실 속에서 조금씩 파묻혀간다. 

  활달하고 몽상적인 성격의 한나, 무슨 일을 겪어도 동요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어주는 미카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조금씩 조금씩 삐걱거린다.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두 사람.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도 해보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진행되는 구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노라고 이야기하기엔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어쩌면 누군가에게 결혼은 가장 고독한 순간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결국 혼자인데, 애써 결혼이라는 계약을 매개로 하나가 아닌 둘이 됨을 강요받고, 그 굴레 속에서 얽매이다가 결국 자기 자신다움을 잃게 하는 것. 그것이 결혼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던지고 깨부수는 격렬함은 없었지만, 한나와 미카엘의 조용한 전쟁 속에서 현실과 이상은 얼마나 타협하기 힘든가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나중에 결혼을 했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스라엘 최고의 작가라는 아모스 오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다른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소설이지만 한 편의 서정시 같은 그의 문장. 그 문장의 맛을 다시 느껴봐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11-1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처럼 결혼생활을 해 본 사람이 좀 더 느낄 수 있는 내용이겠군요?
자기 자신다움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렵고도 모순이 되는지...결혼으로 완전해진다기보다...좀 덜 외로우려고 선택하는 길은 아닌가 싶어요~ㅠ

이매지 2010-11-17 11:40   좋아요 0 | URL
결혼하고 읽으면 정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좀 덜 외로우려고 선택하는 길이라고 해도,
한나와 미카엘의 이야기는 참 쓸쓸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