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기호다. 언어는 대상을 가리키는 도구다. 언어가 가리키는 대상을 의미라고 한다. 한국어를 구사할 때 우리는 언어가 가리키는 대상, 즉 의미의 세계에만 주목한다. 언어와 의미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 언어에서 의미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나노초 단위다. 둘 사이에는 너무나도 두껍고 질긴 끈이 이어져 있다. 이걸 끊어내야 한다-영원히는 아니고 잠시 동안만.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언어행위를 자각적이고 의식적인 행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때, 바로 이때 언어의식이 생겨난다. 여기서 언어의식이란, 언어(형식)를 의미(내용)에서 떼어내 언어 자체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2~3쪽
내가 하는 말은 나의 일부이다. 내가 쓰는 글도 나의 일부이다. 나의 말, 나의 글은 나의 정신이자 나의 인격이다. 나의 말과 글은 곧 나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남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깨끗하게 하고 옷차림새를 단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듯이, 남에게 하는 말, 남을 위해 쓰는 글이 남 보기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향기롭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