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애도하는 사람>을 읽고 텐도 아라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영원의 아이>는 북스피어에서 재출간된다는 말만 있고 도무지 소식이 없어서 일단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독의 노랫소리>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제 북스피어에서 독자교정에 들어가는 걸로 봐서 이제 정말 나오는 듯) 

  '고독의 노랫소리'라는 제목과 걸맞게 이 책은 근본적으로 '고독'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아내가 되어 완벽한 가정을 만들어갈 여자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범인도,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며 자신만의 음색으로 고독을 전하는 가수 지망생 준페이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듯한, 밤에 은은한 불빛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여형사 후키도 모두 고독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 이곳에서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을 감당한다.

  <애도하는 사람>은 서정적인 면이 강했다면 <고독의 노랫소리>는 확실히 어둡다. 분명 같은 작가의 글인데도 뭔가 빛과 어둠, 양쪽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느낌이 들어 작가의 역량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애도하는 사람>과 <붕대클럽> 이후 세번째로 읽은 텐도 아라타의 작품이었는데, 물론, 각 작품마다 방식은 차이가 있었지만 세 작품 모두 기본적으로 외로움이나 고독, 상처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 기반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실려 있어서 좋았다.

  그리 피투성이에 난도질이 등장하는 책을 볼 때도 담담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쩐지 오싹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상황을 유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 사람의 인생관이 다른 사람을, 아니 그보다 사회를 얼마나 흔들어놓을 수 있는 것일까. 자유를 만끽하며 혼자 살아가다가 찾아주는 사람도 없이 사라졌을 그녀들을 생각하니 어쩐지 외로워졌다. 세상은 마냥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하지만 그 속에도 사랑은 존재함을 이 책은 다소 우회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곧 읽을 예정인 <가족 사냥>과 <영원의 아이>에서의 텐도 아라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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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6-17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밖에 읽은게 없어요... 읽는 내내 참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인데..
'가족사냥'하고 '애도하는 사람'도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이매지 2010-06-17 11:36   좋아요 0 | URL
<붕대클럽>을 읽었을 때는 이 작가가 그렇게 마음을 파고들지는 않았었는데, <애도하는 사람>을 읽고 반했어요. <가족 사냥>도 평들이 좋더라구요 :)

같은하늘 2010-06-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은 참 적나라한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매지님 바뀐 이미지가 깜찍하세요. ㅎㅎ

이매지 2010-06-17 20:55   좋아요 0 | URL
정말 엽기라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책들도 있죠.ㅎㅎ
바뀐 이미지는 요즘 엘지트윈스 팬들의 전폭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오리갑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