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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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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낙시맨더라는 한 학생이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4시간 동안 면접을 보는 설정의 이 책은 현실의 영역과 상상의 영역을 잘 조화시켜 어려운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었다. 얼핏 소설의 형식으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다룬 <애덤스미스 구하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어쩐지 경제학 전공에 과학 교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과 잘 어울리는 방식의 소설이 아니었나 싶었다. 

  2052년 전염병이 퍼지자 플라톤은 한 섬에 방벽을 세우고 공화국을 만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그랬듯이 이 책 속의 플라톤도 철인정치를 내세우며 철저한 계급제 사회를 수립한다. 게놈 해독을 거쳐 노동자, 군인, 기술자, 철학자 4개의 계급으로 나뉘고,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양육되고 생후 1년이 되면 시행하는 검사 결과에 따라 특정 계급에 배치되거나 제거되는 이 사회에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아낙시맨더가 연구의 주제로 삼고 있는 '아담'이라는 인물이다. 제거가 권장되었어야 했지만, 혼란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아담은 평범한 사회 속에서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배를 타고 넘어오는 난민을 사살해야 했던 아담은 자신도 모르게 동료를 사살하고 배를 타고 온 소녀(이브)를 구한다. 이 일로 아담은 재판에 회부되나 가까스로 사형은 면하고 로봇과 함께 수감된다. 이후 아담은 로봇 아트와 대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이론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도 아담과 이브 등의 메타포가 등장하는 소설은 학술원 면접을 보는 아낙스와 시험관 혹은 아담과 로봇 아트의 대화로 이뤄진다. (이렇게 대화 형식으로 점점 살을 붙여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연상케한다.) 다른 서술보다도 대화가 주가 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독자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텍스트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감춰진 감정의 변화 같은 것들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들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 또한 마치 딸깍 하고 스위치가 내려가듯 강한 충격을 줬다.

  크게 보면 SF 소설이라 할 수 있지만, 철학적인 고민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2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의 무게는 200페이지 이상이었다. 읽으면서 기존에 만났던 많은 SF영화나 소설이 떠올랐지만, 단순히 무슨 작품의 아류로 보기에는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철학적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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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1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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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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