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거기, 가스계량기가 있는 나무복도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는 심장삽의 공범이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되었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17쪽
온 정원에 발자국 천지였다. 눈이 그녀를 밀고했다. 그녀는 숨어 있던 곳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와야 했다.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절대 눈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방금 내린 눈을 내가 다시 그 모양 그대로 만들어놓을 수는 없어. 아무것도 닿지 않은 것처럼 꾸며놓을 수는 없는 거라고. 땅은 그렇게 할 수 있지, 그녀가 말했다. 모래도 그렇고 마음만 먹으면 풀까지도. 물은 스스로 제 모양을 그대로 만들어. 물은 닥치는 대로 삼키고, 또 삼킨 후에는 곧 닫히니까. 눈이 아닌 다른 것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을 거야. 트루디 펠리칸이 말했다. 이게 다 두껍게 쌓인 눈 때문이었어. 눈은 마치 떠났던 고향을 찾아온 듯 반갑게 왔지만 알고 보니 러시아인들의 종노릇을 한 거야. 내가 여기 있는 것도 눈이 배신했기 때문이야, 트루디 펠리칸이 말했다. -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