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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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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리영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읽어도 되는 것인가’였다. 서점에서 얼핏 본 『대화』라는 책을 기억하지만, 딱히 그의 사상도 그의 내력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교양’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어쩐지 나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사실이지만) 머쓱했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리영희를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70~80년대 바깥의 변화에 무지한 채 창문도 하나 없는 방에서 잠을 자던 이들을 깨운 것이 바로 리영희였다. 리영희는 훌륭한 ‘정보’나 ‘견해’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당시의 사람들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리영희의 통해 비로소 자기 상황을 명료하게 볼 수 있었기에 리영희는 ‘사상의 은사’ 혹은 ‘시대의 계몽자’라 불릴 수 있었던 것이다.

  리영희의 팔순을 기념해 글을 모았다는 말에 사실 이 책이 ‘리영희 찬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챕터씩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책의 제목처럼 ‘리영희’라는 ‘프리즘’으로 오늘날을 바라보는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0~80년대 사상의 스승이었던 리영희의 이론이 구닥다리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예컨대, 리영희의 독서를 통해 오늘날 젊은이들이 ‘위너’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을 부르짖지만 정작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자유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영어만능주의인 이 시대에 원서를 탐독하며 영어실력 뿐만 아니라 내실도 키워간 리영희 식 영어공부를 통해 유려한 발음보다 중요한 것은 알맹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영어몰입교육, 성형, 용산 참사 등 오늘날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키워드를 통해 리영희를 이해하고, 반대로 리영희를 통해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일을 이 책은 얇지만 알차게 해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글을 많이 다뤄본 저자들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리영희’라는 하나의 프리즘, 그 굴곡은 그때와 다소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쩐지 씁쓸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의 저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 리영희를 모르는 독자에게도, 그를 사상의 은사로 모시고 있는 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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