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토미 바이어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로또 열풍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매주 몇백 억이 넘는 당첨금이 모일 정도로 전국은 로또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때 로또를 샀건, 사지 않았건 누구나 ‘로또에 당첨된다면…’이라는 몽상을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로또만 되면’ 회사도 그만두고 내 마음대로 싫은 소리 듣지 않고 살겠노라고, 그동안 돈이 없어 사지 못한 물건도, 집도, 차도 모두 사겠다는 생각. 그것은 어쩌면 백일몽이라 하여도 어쩌면 무료한 삶에 조금은 활기를 불어넣어주지 않았을까? 이 책은 실제로 그렇게 궁색하고 무료했던 삶에서 벗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때 밴드를 하고, 음반 회사도 운영했던 주인공 알만. 동업자의 배신으로 음반 회사를 접고 현재는 의사인 아내의 경제력이 기대어 간간이 짧은 글을 써서 일시적인 수입만으로 살고 있는 처지다. 전날 저렴하게 구입한 와인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으니, 다름 아닌 ‘로또에 당첨’됐다는 것! 게다가 그 액수가 600만 유로나 된다는 말에 그는 그동안 여러모로 고마웠던 아내를 더이상 고생시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하지만 아내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려는 순간 아내와 작은 일로 다투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세미나 차 출장을 떠나버린다. ‘아내가 돌아오면 이 기쁨을 나눠야지’라고 생각하는 알만. 하지만, 우연히 아내의 컴퓨터 속에서 불륜상대로 추정되는 인물의 메일을 보게 되고, 아내의 사랑이 떠났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홀로 남은 알만은 비록 돈은 넘쳐나지만, 돈 때문에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돈만 해결된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거액의 돈 때문에 알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흔히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돈이 없기 때문’이라 여기지만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꼭 부유하다고 해서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과연 돈 말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은 거액의 돈이 생기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남자를 통해 행복이란 사실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만은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게임 한 판 하고, 좋은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는 것 등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잃고 난 뒤 깨닫는다. 거액의 돈은 행복보다는 의심을, 인생을 고민 없이 명료하게 만들어주기보다는 거짓말과 의심으로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초반에 알만이 당첨 전화를 받고 나서 멋진 차를 뽑고,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거침없이 질러대는 부분에서는 ‘혹,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마음에 조마조마했다가, 돈이 들어오자 마치 내 통장에도 돈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심리 묘사가 괜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알만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툭툭 등장해 ‘알만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보다는 저절로 나도 알만처럼 느끼게 해줬다.

  로또 당첨으로 인한 한바탕 소동이라는 설정은 결국 돈이 행복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될 것임을 예상케 하기에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재주와 유머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책 뒷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에게 620만 유로가 없더라도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을 좋아했을 것이다!’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삶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졌던 책. 마지막에 그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계획을 세운 것이 모두 이뤄져 그의 인생이 좀더 행복해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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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10-02-1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또에 당첨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사회활동을 해야죠.
그렇지만 포인트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즐겁게 하는 것, 저의 로망입니다. ㅋㅋ

이매지 2010-02-12 15:02   좋아요 0 | URL
뭐 이 책 주인공이야 원래 사회활동을 안 하던 사람이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