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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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입니다" 하고 콘스탄틴은 말했다. "어떤 활동이라도 개인적인 이익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면 공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진리, 철학적인 진리입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자기한테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철학을 논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철학적'이라는 말에 특히 힘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에게도 역시 자신의 성향에 충실한 일종의 철학이 있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뭐, 철학이니 하는 얘긴 그만두는 게 좋아." 그는 말했다. "원래 모든 세기에 걸쳐 철학이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말하자면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 내재하는 필연적인 관련을 찾아내는 데 있으니까 말이지. (후략)"-27쪽

"아아, 아냐!" 레빈은 언짢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학교에서 농민을 계발한다는 것이 꼭 이 요법과 마찬가지라는 거야. 농민은 가난하고 무지해. 이것을 우린, 그 아낙네가 어린애가 울기 때문에 병이 났음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알고 있어. 그러나 어떻게 이 빈곤과 무지라는 불행에서 학교가 농민을 구해낼까 하는 것은, 닭장 속 홰 위의 암탉들이 어떻게 경기를 치료하는가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해하단 말야.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농민이 가난하게 되는 원인 그 자체에 있지 않은가 말야. -199~200쪽

죽음, 모든 것의 피할 수 없는 종결이 처음으로 불가항력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 죽음, 잠결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습관처럼 하느님을 부르기도 하고 '빌어먹을!' 하고 외치기도 하면서 신음하고 있는 사랑하는 형의 내부에 있는 죽음은 결코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인연이 먼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신 속에도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꼈다.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 아니면 삼 년 후, 아무려나 결국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나 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그것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한 번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일이 없었고, 생각해볼 만큼의 능력도 용기도 없었던 것이다.
'난 일을 하고 있다. 난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어한다. 그러나 난 잊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죽음이 있다는 것을.'-221쪽

레빈은 자기가 요즈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얘기했다. 그는 무엇을 보든지 그 속에서 죽음이나 혹은 죽음에의 접근만을 보았다. 그러나 그가 계획한 일은 더욱더 강하게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는 어떻게든 이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228쪽

그무렵에 그는 자기를 불행하게 여기고는 있었지만, 어쨌든 행복이 그의 앞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최상의 행복은 이미 과거의 것이 돼버린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전혀 그가 처음보았을 무렵의 그녀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쁜 쪽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턱 퍼져버렸고, 방금 전 그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는 얼굴에 미모를 찌그러뜨리는 앙칼스러운 표정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 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의 사랑이 훨씬 강렬했었고 굳이 원한다면 자기의 심장에서 그 사랑을 뽑아내버릴 수도 있으리라고 느꼈던 예전보다도, 오히려 그녀에 대해 조금도 사랑을 느끼고 있지 않는 듯한 지금에 와서야 자기와 그녀와의 관계를 도저히 깨뜨릴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41~2쪽

"정말 어쩌면 저렇게 토론을 좋아하는 부늘이 다 있죠? 어차피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도 없을 텐데요."
"그래요. 정말이에요." 레빈은 말했다. "단지 상대방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별없이 열을 내어 토론을 하는 일이 흔히 있게 마련이니까요."-315쪽

레빈은 종종 가장 현명한 사람들 사이의 논쟁에서도 엄청난 노력과 거창한 논리적 기교와 말을 마구 늘어놓은 뒤에야 자기들이 오랜 시간을 허비해서 서로 논증하고 있었던 내용은 이미 오래 전 토론을 시작할 때부터 쌍방에게 알려져 있었음을, 그러나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반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음을 감지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또 종종 남과 한창 토론하다가 부지중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똑똑히 이해하게 되고 갑자기 자신도 그것이 좋아져서 얼른 상대방에게 동의해버리는, 그리하여 그때까지의 논쟁이 모두 전혀 무용하게 돼버리는 경우도 경험한 바 있었다. 그러나 따로는 그와 반대로 자기 논증의 근저가 되고 있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침내 드러내어 훌륭하고 절실하게 표현하면 상대방이 갑자기 그것에 동의하고 논쟁을 그쳐버리는 경우도 흔히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315쪽

그는 행복했다. 그러나 가정생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매순간 그는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미끄러져가는 작은 배의 매끄럽고 행복한 진행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사람이 자기가 직접 그 작은 배에 탔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경험했다. 말하자면 몸을 흔들리지 않게 하고 가만히 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어느 쪽을 향해서 갈 것인지를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발밑에는 물이 있고 그 위를 노저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익숙하지 않은 손에는 그것이 몹시 아프다는 것, 그저 보고만 있을 때에는 손쉬운 것 같았지만 막상 자기가 해보니까 썩 즐겁기는 해도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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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10-01-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해에도 많은 책들을 즐기자구요. ㅋㅋ

이매지 2010-01-01 21:38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올 한해도 열독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