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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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가장 착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하여 삶이 주는 일반적인 해답 이외에는. 그 해답이란 이렇다. 사람은 그날그날의 요구에 따라 살아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꿈을 꾸어 잊는다는 것은 적어도 밤이 되기 전까지는 바랄 수 없다. 이제 목이 긴 병의 여인들이 부르던 그 노래가 있는 곳으로는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이제는 현실에서의 꿈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17쪽

"아니야. 어떤 경우에도 처녀에게는 그런 게 조금도 두려운 일이 아냐. 어떤 처녀든 청혼을 받으면 뽐내게 마련이니까."
"그래. 어떤 처녀든 말이지. 그렇지만 그녀만은 예외야."
스테판 아르카디이치는 빙그레 웃었다. 그는 레빈의 이런 감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레빈에게는 세상의 모든 처녀가 명백히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한 부류에는 키티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처녀들이 속해 있고,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온갖 약점을 지닌, 말하자면 아주 범상한 처녀들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부류는 약점이라곤 전혀 없는, 모든 인간성을 초월한 오직 그녀 한 사람뿐인 것이다. -81쪽

세상에는 자기의 운좋은 경쟁자를 만나면 언제나 상대가 지닌 일체의 장점은 외면하고 그저 단점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과, 그와는 반대로 경쟁자에게서 자기보다 뛰어난 구석을 발견하려는 생각으로 마음이 옥죄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저 장점만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레빈은 후자에 속했다. -106쪽

그는 키티에 대한 자기의 행위가 일정한 명칭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바로 결혼하려는 의사 없이 처녀를 유혹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유혹이야말로 그처럼 화려하고 젊은 남자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하나라는 것을 몰랐다. 그에게는 자기가 이러한 만족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만족스런 발견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118~9쪽

인생을 답답하게 생각한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지난 일을 되씹는 건 천치 같은 짓이다. 우리들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보다 나은, 훨씬 좋은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193쪽

"뭐든 재미있는, 악의 없는 얘길 들려주세요." 영어로 'small talk(잡담)'라고 불리는 아담한 얘기에 능란한 공사부인은 역시 무슨 얘기를 꺼낼까 망설이고 있던 외교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거예요. 독기가 있는 얘기만이 재미있는 것이니까요." 그는 웃는 낯으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디 한번 해보겠습니다. 화제를 내봐주세요. 무슨 일이든지 화제 나름 아니겠어요. 화제만 내주시면 그것을 짜나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난 이따금 생각하지만, 전대의 재담꾼이라는 사람들도 오늘날에는 좀 기지가 있는 얘길 하려면 여간 힘들지 않을 거예요. 재치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곧 싫증나기 쉬운 것이니까요......"
"그것도 꽤 해묵은 얘긴데요." 공사부인이 웃으면서 그의 얘기를 가로막았다.
얘기는 품위 있게 시작되었으나 너무 지나치게 품위 있었기 때문에 이내 또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바뀔 일이 없는 확실한 방법인 험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264~5쪽

난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사람의 머리가 각기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다고 한다면, 마음이 각기 다른 만큼 사랑의 종류도 다를 것이라고요.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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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09-12-1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밑줄이 막 늘어나고 있네요!

앗! 위에서 세번째 밑줄부분이 화악~ 기억에 떠올라요. 저도 예전에 저부분에 밑줄 그었던 기억이!!!

이매지 2009-12-17 23:52   좋아요 0 | URL
오오. 같은 부분에 밑줄을! ㅎㅎ
초반에는 살짝 헤맸는데 슬슬 속도가 붙네요 :)

2009-12-19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0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2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안나 카레니나 어때요? 속도가 붙어서 결국은 아주 근사한 책읽기가 되었나요? 궁금해요!!

이매지 2009-12-27 21: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까지 줄야근에 특근까지 하는 바람에 책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ㅠ_ㅠ 아직도 1권에서 헤매고 있어요 ㅎㅎㅎ 다 읽고 알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