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여배우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 선택을 하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 쇼프로에 그녀가 이 영화의 홍보차 나왔을 때 제목만 듣고 '왜 그녀가 이런 선택을?'이라고 다소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니 포스터나 제목 등의 낚시성 내용과는 달리 순수함이 느껴져서 그녀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를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작은 한 마을. 다섯 명의 남자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공중에 손을 주물럭거린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이게 아니라며 좌절한다. 그리고 이내 80km의 속도라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단단히 채비를 하고 엄청난 경사의 비탈길을 자전거로 질주하며 결국 가슴을 만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경험한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간 녀석들 앞에 새로 부임한 미카코 선생님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미카코는 녀석들이 소속된 배구부의 고문을 맡게 된다. 배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의욕만은 넘친 미카코. 하지만 그녀의 계획과는 달리 아이들은 배구 연습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완전 초짜에 배구에 대한 의욕보다는 여자에 대한 의욕만 철철 넘친다. 이에 대회에서 1승만 하면 뭐든지 해주겠다는 말을 하는 미카코. 이에 아이들은 그렇다면 선생님의 가슴을 보여달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한다. 엉겁결에 약속을 해버린 미카코. 이에 아이들은 1승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시작하는데... 사실 처음에 영화를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너무 촌스러운 분위기라 갸웃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 배경이 1970년대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혹자는 '그래도 선생님인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런 약속을!'이라고 부르르 떨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미카코의 비상식적인 약속은 중학생 시절 그녀가 겪은 일화와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들을 통해 교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물론 전후맥락 없이 덥썩 그런 약속을 했다면 문제가 있는 거겠지만.) 이 영화는 <가슴 배구>라는 다소 자극 제목으로 관객을 낚지만, 영화 자체는 굉장히 순수했다. 관심이라곤 오로지 여자(특히 가슴) 밖에 없었던 악동들이 처음으로 무엇엔가 몰두하는 모습은 훈훈하게 다가왔다. 영화 속에서 미카코가 몇 번이고 언급하는 다카무라 코타로의 <도정>의 한 부분인 "내 앞에 길은 없다. 내 뒤에 길은 생겨난다"는 구절처럼 어쩌면 미카코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통해 교사로서의 하나의 길을 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준다는 영화의 주된 설정에 나름 청순발랄해 보이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글래머한 몸매를 가진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의 아야세 하루카는 제법 잘 어울렸다. (물론 제목만 보고 누구나 기대하듯이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이 나오는 일은 없고, 영화 속에서 어디까지나 선생님으로 나오기 때문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등장하니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을 기대하고 보는 일은 없도록!) 하지만 코믹이라기에는 약간은 밋밋하고,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확 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함 때문에 큰 인기는 끌지 못한 듯 싶었다.(당연히 국내 개봉도 어려울 듯. 찾아보니 청소년 영화제에서 상영은 한 번 한 적이 있더라.) 하지만 적어도 선생님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아야세 하루카의 팬이라면 챙겨보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