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구판절판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 오게 하면 안 된다. -13쪽

기분이 어떠십니까? 기자에게는 든든한 질문이다. 항상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놓고 묻지는 않더라도, 연민과 이해의 감정을 전달하는 척하면서 조심스레 위장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실제로는 연민과 이해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17쪽

내가 항상 <로키 마운틴 뉴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그렇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의 동료 기자들 중에는 진짜 형편 없는 놈들도 섞여 있었기 때문에 <덴버 포스트>가 그놈들에게 한 방을 먹이더라도 내가 아쉬워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속내를 털어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런 것이 언론계의 속성이고, 경쟁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다른 신문사와도 경쟁하고, 우리끼리도 경쟁했다. 내가 편집국을 돌아다닐 때마다 일부 기자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일부 젊은 기자들에게 나는 거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남들이 기를 쓰고 갖고 싶어 하는 기삿거리와 재능과 출입처를 갖고 있는 영웅. 하지만 다른 기자들의 눈에는 분에 넘치게 편한 일을 맡은 한심한 놈으로 보일 터였다. 공룡 같은 놈으로. 그들은 나를 죽이고 싶어 했다. 그건 상관없었다. 나도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나도 그런 처지였다면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97~8쪽

글렌의 말은 대부분의 기사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언론계에 이타주의는 별로 없었다. 기사를 쓰는 것이 공공서비스라는 의식도 없고,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었다. 신문사들은 저마다 기사를 잡으려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연말에 발표되는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도 지대한 관심사였다. 이건 비관적인 생각이었지만, 나처럼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냉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국적인 기사를 터뜨려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 뒤를 따라오게 만드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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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1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지요, 재밌지요? ㅎㅎ

이매지 2009-08-10 09:28   좋아요 0 | URL
코넬리는 이 책이 처음인데 완전 마음에 들어요 ㅎㅎㅎ
무지막지하게 두꺼워서 가방에 이거 하나 넣으니까 꽉 차요 ㅠ_ㅠ

다락방 2009-08-10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앞으로 더 만날 예정.
저는 너무 두꺼워서 들고 다니며 읽기 부담스러운지라 집에서 읽었지요. ㅎㅎ

이매지 2009-08-10 11:31   좋아요 0 | URL
어제 절반쯤 읽었더니 마저 봐야겠더라구요 ㅠ_ㅠ
다음부터는 집에서 다 봐야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