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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유통기한 - The Fisherman and His W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파니핑크>의 감독인 도리스 되리의 새로운 영화라는 점때문에 관심이 갔었는데 이제사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파니핑크>보다는 조금 더 유쾌하면서도 엉뚱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니핑크>가 더 좋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영화도 나름의 매력은 있지만 도리스 되리 영화만의 매력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하던 중 버스노선표를 읽지 못해 당황하고 있던 패션디자이너 지망생인 이다. 마침 그녀의 곁을 지나가던 택시에는 잉어를 찾아 일본에 온 레오와 오토가 있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이다. 이다를 놓고 레오와 오토는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게 되지만 이다는 오토를 선택하게 되고 둘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돈은 없지만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겨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항상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다와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오토. 결국 오토 대신 이다가 일을 하기 시작하고 둘 사이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 이다와 오토의 사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일본에서 가져온 잉어부부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시작부에서 첫 눈에 사랑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저랬던 때가 있었지라고 수다를 떠는 순간부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까지 두 잉어의 이야기는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준다.

혹자는 사랑의 유통기한은 길어나 몇 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뒤로는 사랑과 관련한 호르몬이 분비가 되지 않는다나 뭐라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 그들이 이미 생활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가치관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뜻 헤어짐을 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화들은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보고 나서도 영화답다는 느낌이 들게끔하는데, 이 영화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서도 마치 '사랑과 전쟁'의 영화판을 본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현실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통속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래된 연인들, 혹은 이제 사랑이 아닌 정때문에 함께 사는 것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부부들이 본다면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씩만 양보하고 서로를 이해해준다면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갈등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물과 기름과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 속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