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가 세번째 접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이었는데, 첫 작품인 <외딴 집>은 대만족,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평범한 수준이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초장에 보니 주신구라(추신구라)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소재인 것 같아 '이거 뭐 또 모르는 이야기가 잔뜩 나오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외딴 방>보다는 못한 느낌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오하쓰는 어느 날 <미미부쿠로>라는 기이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부교님의 부름을 받는다. 그 곳에서 허약해보이는 무사 집안 출신의 우쿄노스케를 만나게 된 오하쓰. 어르신은 우쿄노스케와 함께 시정을 조사하라는 명을 내리고, 오하쓰는 어르신의 깊은 속은 알지 못한 채 최근 일어난 홀아비 기치지가 죽었다 살아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뒤이어 기름통 속에 빠진 채 발견된 여자아이와 움직이는 바위 등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100년 전에 있었던 아코 사건(주신구라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 오하쓰와 우쿄노스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100년 전 아코 사건의 진상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아무 이유없이 기라를 향해 검을 빼들었던 아사노. 그 때문에 아사노는 할복과 가문 단절의 벌을 받지만 기라는 무사히 넘어간다. 아사노를 잃고 쫓겨난 아코의 무사 47명은 원수인 기라를 습격하고 아사노의 복수를 한다. 이들 무사의 충의를 다룬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 소재인 주신구라(아코 사건)인데, 사건에 나름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도 꽤 여러 작품에 소재로 쓰이는 듯하다. (몇 년 전에 기무라 타쿠야 주연으로 드라마도 나온 적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류의 사무라이 정신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 대체 왜 죽여야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의 주군을 위해서 칼을 뽑아들었던 무사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은 다소 개연성은 있어보였지만 역시 뭔가 찝찝함은 계속 남았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외딴 집>을 제외하고 조금 약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오하쓰는 나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의 소녀라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 오하쓰의 능력에 대해서 알게 됐을 때는 이래서는 <용은 잠든다>의 에도 버전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서 좋았다. 강하게 팍하고 오는 건 없었지만 뭐 그렇게 지루한 느낌은 없어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지금까지 본 에도 시리즈를 굳이 순서를 세우자면 '외딴 집>>흔들리는 바위>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정도가 될 듯. 에도 시리즈는 <외딴 집>이 너무 강해서 이후에 나오는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데 뭐 그래도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는 중박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에도 시리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