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시대에 대학 진학과 취직을 하고, 남녀고용기회평등 정책의 혜택을 받은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인 Around 40 (어라포).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고, 자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생을 즐기는 어라포. 이 드라마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 달려온 어라포의 결혼, 출산 등의 고민을 담고 있는 드라마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3인의 어라포. 먼저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토코. 39세의 그녀는 일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는 아마추어.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 비해서는 왠지 느긋하다. 다음으로는 적당히 스펙을 보고 결혼한 뒤 남편과 아들의 뒷바라지에 전념하다가 사회 복귀를 꾀하는 전업주부 미즈에. 마지막으로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었지만, 편집장이 되지 못하자 결혼 또한 성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유명 라이프 스타일 프로듀서와 결혼을 하는 나오. 저마다의 개성으로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 세 명의 어라포.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젠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토코는 얼핏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인 쿠와노 신스케와 비슷하다. 뭐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주인공이 결혼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성격때문이었지만, <Around 40>의 주인공의 성격은 완전히 반대. 이해심과 배려심을 골고루 갖춰 자신의 일 외에는 모두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인물.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도 사토코가 남자를 만날 때 응석부릴 수 있는 사람이냐고 물을 정도로 강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그녀를 두고 불행하다거나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사토코는 "나의 행복은 내가 결정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말이 쉽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의 사토코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새삼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40대 전후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고민들은 20대인 내가 봐도 낯설지 않았다. 커리어와 연애, 결혼, 출산 등 미혼 여성들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재의 드라마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미혼 여성들의 공감을 얻고 가기 때문인지 시청률도 15%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조건으로만 보면 완벽해서 얄미울법도 한 캐릭터였지만, 의외로 허술한 구석이 많아서 매력있었던 사토코를 비롯해 미즈에, 나오, 마군, 그리고 임상 심리사로 사토코와 인연을 시작한 케이타로 등 등장인물들이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다. 나이가 들어도 사슴같은 눈망울을 자랑(?)하는 후지키 나오히토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구두쇠가 아니라 에코!ㅎ) 야마미 유키는 예전에 이혼 변호사나 톱 캐스터 같은 드라마에서 만난 바 있는데, 자신감 넘치는 독신 여성으로는 이만한 캐스팅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아마미 유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여왕의 교실>은 아직 못 봤는데 이것도 기회가 되면.) 

  곳곳에 코믹함이 녹아있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서 제법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40대 전후인 어라포 세대가 보면 금상첨화겠지만, 20대, 30대 막론하고 여성들이라면 많이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덧) 매 회마다 마군의 레스토랑에서 모이는 3인을 보며 군침만 꼴깍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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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8-12-3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죠..^^ 일본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구요.
마군의 레스토랑에서 먹던 음식과 와인은...음냐..지금 생각해도 흐뭇해진다는..ㅋ

이매지 2008-12-30 01:30   좋아요 0 | URL
마군으로 나온 배우 다른 드라마보다 여기서는 부쩍 퍼지게 나와서(-_-) 살짝 안습이었어요 ㅎ 어라포. 우리나라로 치면 골드미스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뭐 그녀들의 고민은 대부분의 미혼여성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 전 마군이 만든 요리 중에서 나오한테 해준 마카로니 라자냐가 땡기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