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플라이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2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노블하우스가 랜덤하우스에 합병되면서 그 덕에 스카페타 시리즈 12권과의 만남도 늦어졌다(랜덤하우스 카페에서 편집후기를 보니 이래저래 사연이 있었더라.) 1년 반이 넘는 긴 시간을 기다려온 작품이기에 그만큼 기대감도 컸는데, 정작 늑대인간과의 대결보다는 죽은 줄 알았던 벤턴이 사지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는 스카페타 시리즈의 반전때문에 초반부터 강한 충격을 받고 시작할 수 있었다.

  여느 시리즈물이 그렇듯이 스카페타 시리즈도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진행되가면서 구축되는 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11권까지는 스카페타의 내면 심리에 초점이 있었다면, 12권인 <데드맨 플라이>에서는 스카페타 외에 루시나 벤턴, 마리노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사형일을 받아놓고 죽음을 위해 한 걸음씩 나가는 늑대인간 쟝 밥티스트 샹도니와 도피 생활을 하며 범행 역시 꾸준히 저지르고 있는 샹도니의 쌍둥이 동생 제이 톨리와 그의 파트너(?) 베브의 이야기도 등장해 '스카페타 시리즈'의 확장을 엿볼 수 있었다. 600페이지 남짓한 책을 124장으로 나눠 놓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빠른 전개를 자랑하는 <데드맨 플라이>. 하지만 장이 바뀔 때마다 이 인물, 저 인물,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가는 방식이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장감을 갖고 읽어갈 수 있었다.  

  법의국장을 사임한 스카페타, 역시 형사에서 물러난 마리노, 마지막 경비구역에서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루시, 자신을 철저히 지우고 살아야 했던 벤턴 등 이번 시리즈에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어두워졌다. 초반에 그러니까 스카페타가 법의국장을 하고, 루시도 FBI에서 일하고, 벤턴과 사랑을 하던 무렵에는 힘든 사건이 있더라도 가끔은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오손도손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함이 있었는데 <데드맨 플라이>에서 그런 따뜻함을 찾기 어렵다. 서로에게 감추는 것이 많아졌고, 그래서 서로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버린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인생을 망쳐버린 늑대인간을 포함한 샹도니 패밀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느꼈다.

  기존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아무리 두껍더라도 뚝딱 읽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 권만큼은 꽤 오래 씨름하며 읽었다. 기존에 노블하우스에서 나올 때는 2권으로 분권되서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벽돌만한 크기로 나온지라 집에서만 읽다보니 그런 점도 있었고, 워낙 장면이 여기저기도 바뀌다보니 몰입이 힘든 탓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점은 크게 한 방 터트리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었다. '늑대 인간 삼부작의 완결판!'이라고 뒷 표지에서는 언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늑대 인간의 최후는 다음 권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벤턴과 스카페타의 관계 역시 다음 권에 가야 어떻게 흘러갈 지 확인할 수 있을 듯. (곁가지로 루시와 루디의 관계도.) 

  스카페타 시리즈를 쭉 읽어온 이들에게 오랜만에 만나는 스카페타는 워낙 오랜만이라 반갑겠지만, 이제 갓 스카페타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장단점이 있었지만 내게는 아쉬움이 더 컸던 책. 다음 권에서 다시 만날 스카페타를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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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2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 벤턴이 살아있다구요??? 어쩐지 너무 쉽게 확 죽여버리더니....

이매지 2008-09-22 00:29   좋아요 0 | URL
벤턴은 사지멀쩡하게 살아있어요.
루시도, 마리노도 알고 있었다고 나오는데 기가 막히더군요 -_-
셜록 홈즈 죽였다 살리는 거나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