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램 호텔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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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만에 만나는 미스 마플의 작품이라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미스 마플의 출연분이 적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 미스 마플 특유의 인간에 대한 고찰보다는 평범한 할머니일 때의 미스 마플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조카의 도움으로 소녀 시절 머물렀던 버트램 호텔을 다시 찾게 된 미스 마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건만 버트램 호텔만큼은 오래 전 모습 그대로 건재하고 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제공되는 진짜 영국식 음식들, 영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모습의 친절한 직원들. 미스 마플은 오랜만에 찾아온 런던에서 사건에 휘말리기보다는 린넨 가게를 방문하는 등의 쇼핑을 즐긴다. 물론, 여기저기 호기심많은 미스 마플답게 남의 얘기를 엿듣고는 혹시나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은 하지만 별다른 참견없이 그저 평범한 관광객으로써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버트램 호텔에 묵고 있는 한 신부가 실종되고, 호텔 앞에서 한 아가씨에 대한 살해시도도 있게 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보이는 버트램 호텔의 이면과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버트램 호텔과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한 여자의 등장을 비롯해 건망증이 심한 신부의 실종사건, 그리고 버트램 호텔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강도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잘 버물어져 있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별다른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이 마침내 하나가 되어 명백하게 눈 앞에 드러나는 순간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에 무난했지만, 오히려 사건의 결말을 들은 진범의 태도가 놀라움을 안겨준 듯 싶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아쉬워한다. 오랫동안 단골이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던지, 다른 장소로 이전을 하기라도하면 옛 모습을 그리워한다. 처음에는 미스 마플 또한 그런 입장이었지만 버트램 호텔에 머물며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결국은 변화를 수궁하게 된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외향에는 변함이 없는 버트램 호텔에서 그런 점을 깨닫게 된다는 점은 왠지 아이러니했지만 나 또한 미스 마플의 생각에 공감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으면하는 것은 단지 나만의 바람일 뿐, 모든 것은 변하고, 또 변해야 발전이 있는 것일테니까. 

  미스 마플의 활약보다는 '노인장'으로 지칭되는 주임경감의 활약이 더 돋보였던 작품. 크게 두드러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은근히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싶다. 처음부터 버트램 호텔과 조직적인 강도 사건에 대한 고리가 등장해 재미는 좀 반감된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독특한 맛으로 읽을 수 있었던 작품. 평범한 미스 마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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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마플은 적게 나와도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이매지 2008-01-22 19:57   좋아요 0 | URL
이 작품에서 미스 마플이 한 일이라고는 엿듣는 게 고작이라 ㅎㅎ
그래도 노인장의 활약도 볼만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