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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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이때 난생처음으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 자신이 스스로도 아주 자랑스러웠다. 처음엔 오기와 자존심 때문에 시작한 공부가 내 인생에 귀하고도 귀한 교훈을 남긴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나타나는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나 미련이 없다는 것을.
내가 이 기간을 통해 얻은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란 목표는 높게, 계획은 치밀하게, 실천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 후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의 원칙이 되었다. 이 원칙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세계 여행은 여전히 꿈으로만 남아 있을지 모른다. -22쪽

"왜 오지로만 여행을 다니나요?"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수없이 받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나로 하여금 배낭을 꾸리게 한다. 그러나 이 원동력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여행이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해야 옳겠다.
이번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물었다.
"인생의 안정기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왜 이런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나요?"
"인생의 전반부를 돌아보고 후반부 계획을 잘 세우기 위해서요."
이것이 내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조금씩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기를 기대했다. -31~2쪽

나는 편안한 삶을 포기한 대가와 단신 오지 여행이라는 달콤하지만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서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내 인생이라는 배의 선장은 바로 나라는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하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 바다가 고요할 때나 폭풍우가 몰아칠 때나 나는 내 배의 키를 굳게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과 같은 깊은 행복감을 맛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37쪽

'하고 싶은 일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 여행 원칙이며 내 인생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가기 어려운 곳이라도 갈 수 있으면 간다! 서울 가서 김 서방 찾으려면 찾는다! -53쪽

여행을 할 때는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 책자가 오히려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경우가 있다. 책에 의존해서 그대로만 다니고, 그만큼만 체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여행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마르코 폴로나 리빙스턴 같은 탐험가의 마음으로 여행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설령 정보 부족으로 아주 중요하고도 신기한 것을 놓쳐버린다고 해도. -92쪽

될 수 있으면 현지인처럼 생활한다는 원칙. 이것이 내 여행의 기본이다. 겉으로 흉내만 내려고 한번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 현지인처럼 느껴보고 싶어서다.
이렇게 하면 현지인들은 한 발짝 성큼 내게 다가서며 마음의 문을 연다. 터키의 그 찻집에서도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121쪽

인간의 최대 과제가 행복을 찾는 일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안에서 최대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닐까?
그 과정이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남들이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조건과 기준이 다르니까. -128~9쪽

"나는 사람에게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게 천성이자 직업이지만 내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려고 해요. 친절도 도가 넘치면 버겁고 부담이 되는 건 물론 하고 나서도 내가 이만큼 해주었는데. 하는 마음이 생겨 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기대하게 되거든요. 우리의 구질적인 한국병 '섭섭증'은 여기서 비롯되는 거지요."
지금도 가끔씩 되새겨보는 이 말은 얼마나 옳은 얘긴지 모른다. 그러니까 섭섭하다는 감정은 생각대로 해주지 않는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기쁘게 줄 수 있는 이상의 것을 준 나 때문에 생기는 거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고 싶은 만큼만 하자. 그러면서 그 우러나는 마음의 폭과 깊이를 키우자.'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녀의 지론이 지켜진다면 세상을 사는 게 훨씬 쉽고 부드러워지리라.
-142~3쪽

실제로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얼만큼 왔는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힘을 제대로 축적하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가라는 소중하고도 고마운 자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 목표가 뚜렷하다면 남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가면서 무엇을 하는지 비교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게 어렵지는 않겠지. 불경에서도 모든 번뇌의 근본은 남과 비교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180쪽

"인생은 단 한 번만 사는 거고. 게다가 얼마나 살지 예측할 수 없는 거요. 이런 귀한 인생을 누구 눈치 보거나 체면 따지는 데 낭비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믿게 되었죠."
지금은 중요하게 여겨질지 모르는 '남들과의 비교'는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에 얽매여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거다.
여행이라는 것도 그렇다. 우리 일생에서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여행 조건이 딱 갖추어지는 기회는 없다. 태어나서 30세 정도까지는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고, 30세부터 60세까지는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으며, 60이 넘어서는 돈과 시간은 있지만 여행할 힘이 없다고 강조한다. 조건을 기다리다가는 좋은 세월 다 보내고 늙어서 후회하기 십상이니 어느 때라도 적은 돈만 있으면 시간을 내, 여행이라는 또 하나의 인생을 즐겨야 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200~1쪽

혼자 여행을 하면 자신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 혼자 결정하고, 그 모든 결정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와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나를 잘 알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수록, 어떤 일이 닥쳐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더해지는 것 같다. 자기에 대한 믿음, 이거야말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소득이 아닐까. 결국 이것이 인생을 사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테니까 말이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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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12-3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있는 책이죠. 고딩 때 한번 읽고 눈을 뗄 수가 없었던 :)

이매지 2007-12-30 21:30   좋아요 0 | URL
개정판이라 새로운 내용이 생겼나했는데
개정판 서문에 되도록 안 고쳤다고 해서 아쉬웠어요.
저도 이 책 예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ㅎ
나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은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