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했을 때부터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정작 보려고 할 때마다 표가 없거나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본 작품. 뒤늦게나마 보게 됐는데 오히려 우울할 때 봐서 더 신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대만족이 아닐까 싶었던 작품.
그냥 평범한 쥐라면 버려진 쓰레기를 훔쳐먹으며 살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생쥐 레미는 다르다. 평소 주인집 할머니가 틀어놓는 구스또의 요리프로를 즐겨보며, 구스또의 요리책 또한 즐겨본 레미는 절대 미각을 갖고 있는 특별한 쥐.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쫓기게 되고, 어쩌다보니 하수구에서 혼자만 남게 된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꿈에 그리던 구스또의 레스토랑. 그 곳에서 실력은 없지만 의욕은 최고인 링귀니가 몰래 요리에 손을 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특유의 실력으로 뛰어난 요리로 바꾸는 레미. 어찌하다보니 이 요리가 홀에 나가게 되고, 엉겹결에 링귀니의 실력은 인정받게 된다. 이에 손을 잡은 링귀니와 레미. 둘의 비밀스런 요리는 시작되는데...
사실 사람들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애니메이션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사영화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어떤 판타지를 심어줄 수는 있어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사 영화보다 훨씬 현실적이게 다가온다. 실사에서는 이 영화에서처럼 쥐가 요리를 했다면 그 세부적인 묘사때문에 징그럽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 속에서 쥐들은 귀엽게 그려지고, 그 때문에 별 거부감없이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어떤 교훈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미덕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라따뚜이>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지만, 어떤 면에서는 진지한 구석도 보인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고 얘기한 구스또의 말처럼,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금물이다. 비단 요리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이 많다. 낯선 일이 내게 주어졌을 때 누구나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그 일을 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면 생각처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음이 밝혀질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구스또가 남긴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내 능력으로는 무리라고,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고 일찍 포기해버렸던 일들을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면에서는 차별에 대한 시각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구스또의 말은 내게 용기를 불어넣는 주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세부적인 디테일이 인상깊었고(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실사 영화를 기대하는 이 이중배반적 심리란) 레미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앞으로 계속될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