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금발의 초원>, <메종 드 히미코>로 호감을 갖게 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끌었지만, 아라시 멤버들이 함께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도 꽤 관심을 끌었다. 다른 멤버들은 잘 모르고,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마츠모토 준만 알기는 하지만 두 배우 모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르게 된 영화였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분위기가 한껏 들떠있다. 그런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자신의 꿈만 믿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순수한 만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에이스케. 가수 지망생인 쇼이치. 화가를 꿈꾸는 케이. 소설가가 목표인 류조. 그리고 이들이 각자의 꿈을 향해가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쌀집 배달원 유지. 별다른 공통점이라곤 없었던 이들이지만 어찌하다보니 에이스케의 방에 얹혀살게 되고, 그 곳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기껏 돈을 벌어도 술을 마시고, 노는데 써버리는 그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에이스케는 자유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여름 한 철을 먹고 살 돈을 마련한 후 각자 자신의 꿈을 위해 혼신을 힘을 쏟기로 한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의 끝까지 달리게 된 네 사람. 그들의 뜨거운, 그리고 차가운 여름 한 철의 이야기.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룩하기 위해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마음 한 켠에 모셔두고 선망할 뿐 그것을 이룩하겠다고 노력하지 않는다. 혹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그 꿈의 크기는 이미 현실과 타협해 처음의 모습과는 달라져있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도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꿈과 대면하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름 한 철을 바쳐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관대로 만화를 그렸지만 편집자에게 거절당하는 에이스케처럼 노력을 쏟았다고 해서 꿈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부딪히고, 결국 포기하고 마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단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이 영화를 보며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바쳤던 것이 있었는가? 나의 진짜 꿈은 무엇인가? 어릴 적 가졌던 꿈이 어느새 너무 작아져 찾기 힘들어진 상황. 현실과 타협하며 적당히 살아가려고 했던 내게 이 영화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줬고, 따뜻한 충고가 되어줬다. 영화 속에 나오는 몽테를랑의 시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인생을 앞에 두고 허둥대기만 하는/ 무능하고 가련한 청춘이지만 / 지금... / 이마의 첫 주름과 함께 얻은 것이 있다면 / 인생에 대한 신뢰와 동의와 친구 / 그리고 너에 대한 거라면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의미의 미소이다. / 인간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 인생은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고. / 인생은 한 번도 인간을 속이지 않았다고. "
엔딩크레딧에 원작 만화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오랜만에 엔딩 크레딧을 끄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영화의 느낌을 곱씹어보며 영화를 음미할 수 있게 도와준 듯. 화려한 모습의 아라시는 이 영화 속에 없었지만, 오히려 아라시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아이돌이 있었으면하는 엉뚱한 시샘이 들었던 영화였다. 기존에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들보다는 아쉬움이 남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