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드라마로는 원래 <호타루의 빛>만 보려고 했는데 엉겁결에 보게 된 <소에게 소원을>. 푸르름을 가득 안고 있는 드라마였기에 일상에 찌든(?) 내게 오히려 하나의 휴가와 같이 느껴졌던 드라마였다. 큰 기대없이 봤지만 생각 외로 재미가 쏠쏠해서 끝까지 기분좋게 봤던 드라마. (그에 반해 이 드라마보다 전에 보던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은 왜 이리 지겨운지 하품해가면서 겨우 봤다) 

  관동 농업 대학에 다니고 있는 6명의 학생들. 서로 전공도 다르고 일면식도 없었지만 3개월 동안 같은 곳(훗카이도)으로 실습을 떠나고 그 속에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배워간다. 실습지 출신의 인물로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농업 대학에 진학했지만 현재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는 다카시미즈 다카시. 아버지가 농수성 공무원으로 장래에 아버지와 같은 관료가 되는 것이 꿈인 마노 도헤이. 환경디자인과(농업 환경에 관한 과)를 미술학과로 잘못 알고 온 와카마츠 료타. 장래에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 실습에도 열심인 치바 카즈미. 단대에서 편입해와 아직은 부족한 후지이 아야카. 실습을 온 건지 놀러 온건지 만사에 심드렁하며 잘 꾸미고 다니는 스에나가 미호코. 그냥 보기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농장에서 일하며 겪는 갖가지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과 농촌의 현실이 잘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인 배우는 볼때마다 왠지 일본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한국 교포였다. 알고나니 왠지 더 친근한 느낌. (일본에서는 자신이 한국인이라 말하며 한국을 모국이라고 표현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었다나 뭐라나) 사실 첫 화에서 땡기는 느낌이 없으면 맛만 보고 관두려고 했는데 실습을 시작한 그들이 엉겁결에 소의 출산을 돕게 되는 장면을 보고 나 또한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보게 됐다. (소가 쑤욱 빠져나오는 모습에서 생명의 힘을 느꼈다랄까. 출산 장면 나름 리얼했다.) 일본의 농촌이나 우리의 농촌이나 사정은 비슷한지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생산성이 없다고 다른 생산성이 있는 작물로 옮겨가는 모습 등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아직 자신의 길을 정하지 못한 20대가 실습을 통해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잠시 쉬어가며 생각해보고, 결국 자신의 길을 찾게되는 모습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있었던 부자 간의 화해나 마을 통합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부상당한 경주마의 부활 등이 푸르른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졌기에 더 정답게 다가온 느낌이었다. 일드 특유의 속도감은 없는 작품이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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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7-10-0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다양한 소재를 볼 때마다 일본이란 나라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이매지 2007-10-02 14:07   좋아요 0 | URL
이런 소재가 먹힐 수 있는 문화적 배경도 부러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재로 방영했으면 그저 그렇게 끝났을지도.
대추나무-나 전원일기처럼 그런 류로 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