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만 봐서는 크게 끌리지 않는 드라마였는데 어쩌다가 받아놓고는 받아놓은 드라마 중 가장 짧다는 이유로(총 9화) 하드 용량이나 줄여볼까하고 보게 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한 편 한 편 보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어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0년 전, 402편 비행기가 공중에서 사라져버린다. 한 달이 넘게 수색을 했지만 비행기 잔해도, 유품도 전혀 발견되지 않아 결국 전원 사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본부는 해체된다. 다만 물리학자인 카토만이 이론적으로 볼 때 그들은 시간의 비틀림 때문에 사라진 것이라 모두 살아서 언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모 홈페이지에 카토의 이론이 402편 항공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류의 글이 뜨자 유족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판단한 항공사는 조사본부의 유족 담당자였던 야스코를 출장보낸다. 별 의욕없이 살아가던 야스코는 도착하마자마자 다시 돌아가려고 하지만, 카토 교수의 말대로 10년 전 모습 그대로 402편 항공기가 도착해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402편에 타고 있는 절친한 친구였던 객실 승무원 아키와 애인인 테츠야와 재회한 야스코. 402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적응을 위해 그녀는 발로 뛰기 시작하고, 잃었던 삶의 의욕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402편 항공기는 열흘남짓 후 다시 사라지게 되는데...

  40대가 다 되어가는 야스코. 10년 전에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아키와 함께 온갖 유행을 따라했던 그녀지만, 이제는 그저 곧 나올 연금만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별 사건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10년 전 모습 그대로 친구와 애인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그들을 의욕없이 대했던 그녀지만 승객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발로 뛰면서 잃었던 자신을 찾아간다. 드라마는 그렇게 승객들의 소원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들의 모습을 통해 '10년 전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10년 전 사랑했던 그 사람을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습니까?', 와 같은 류의 우정, 사랑, 믿음, 열정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 물음을 통해 스스로 나의 10년 전, 그리고 10년 후의 인생,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방영당시 시청률은 썩 좋지 않았던 드라마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소중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었다. 설정 자체는 다소 공상만화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 현실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와 애인을 10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그 행복이 겨우 10일 남짓한 시간 뿐이라면 신은 왜 대체 그들을 다시 되돌려 보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어차피 모두 정해져있는 일을 굳이 주사위를 던져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터. 하지만 우리 인간은 주사위를 던지며 살아간다. 그렇게 작은 선택 하나 하나가 쌓여 10년이라는 세월을, 한 인간의 삶을 움직인다. 모든 일이 정해져있는 신보다 어쩌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인간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봐야 신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을 뿐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다시 돌아갈 날이 다가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오히려 10년 뒤에 나타나서 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며 그들이 돌아온 것은 신의 장난이 아니라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준 작은 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면서 코믹하고, 따뜻하고 감동이 있던 드라마.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줬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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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이 마음에 드는데요. 소재도 괜찮고. 창의적입니다.^^

이매지 2007-09-27 12:58   좋아요 0 | URL
엘신님도 한 번 보세요^^
나름대로 괜찮아서 전 저 여배우가 등장하는 다른 드라마도 보려구요^^
일본에서는 나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여배우라고 하던데
이 드라마보니까 저도 막 좋아지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