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07년 6월
구판절판


앎은 아름답다. 한편 좀 알게 되었는가 싶으면 저만큼 달아나 애를 태우게 하는 앎의 신비한 매력은 미의 여신 비너스를 방불케 한다. 둔한 지력을 총동원하여 더딘 걸음으로 따라가며 나날이 새로 태어나는 앎을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에 나오듯 비너스의 왕국을 수호하는 신의 전령사 머큐리처럼, 비너스의 벗인 사랑의 여신처럼 나의 운명 역시 앎의 아름다움을 좇고 숭모하도록 정해져 있는 것 같다. -7쪽

이빨은 '깐다'는 동사와 결합되는데 '(까서)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전문가를 뜻하는 '꾼'과 결합하면 '말 잘하는 사람'이 된다. 썰은 풀고 쌩은 깐다. 뻥과 구라는 치기도 하고 까기도 하지만 대개는 치는 쪽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직업과 관련된 '약장수', '라지오(라디오)'도 말 잘하는 사람의 비유였다. '말 잘하면 공산당'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공산당원들이 토론에 능한 것을 빗댄 것으로 "그 친구 정말 공산당이네"하는 식으로 쓰였다. 레드 콤플렉스가 있던 시절에는 쓰기 어려운 말이기도 했다. -96쪽

"한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값싸고 급한가. 조미료와 향료로 스스로를 분칠해서 남을 현혹하는 가짜인가. -181쪽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은 1/8,145,060이라고 한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위대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내 아버지의 정자이자 나의 한 부분이 언젠가는 한 번은 일등을 했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평생 한 번도 일등을 못해봤다는 못난 생각은 하지 말자. 내 옆 사람이 그렇고 그 옆의 옆 사람, 옆의 옆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평생 한 번도 일등을 못해봤을 거라고 무시하지 말자. 그들은 우주의 별보다 많은 숫자의 분모를 거느린 확률을 뚫고 태어난 위대한 존재들이다. -195~6쪽

풋고추로 먹기에 일반 고추는 맵지 않고 청양고추는 너무 맵다. 중간쯤 가는 게 없을까, 하는 게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먹을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어쩌면 사는 것도 그렇다. 너무 심한 고초(苦楚)를 겪는 것은 싫고 모양만 그럴듯한 것이 밍밍하게 사는 것도 그렇고. -213쪽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07-09-18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재미있어보이네요. 성석제의 소풍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냉큼 보관함으로 ^^

프레이야 2007-09-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요. ㅎㅎ
'깐다' 재미있네요.

이매지 2007-09-1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 성석제의 소풍처럼 여기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ㅎㅎ 군침넘어가요
혜경님 / 한 번에 읽는 거보다 쬐금씩 읽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