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드라마의 소개글만 봤을 때에는 오다기리 죠가 나왔던 <시효경찰>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경시청 조사 1과 수사 2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부서는 일명 케이조쿠(계속)라 불린다.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나 시효가 다 되가는 사건들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 (그렇지만 뭐 대체로 하는 일은 문서를 그저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곳에 동경대를 졸업한 캐리어인 시바타가 연수를 받기 위해 오게 되고, 창고에 쌓여있는 사건들을 해결해간다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런 짐작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시바타는 머리는 좋지만 패션감각도 떨어지고, 잘 씻지도 않고,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머리 하나만은 비상해서 출근하는 버스에서 잠깐 문제를 보는 것만으로 답을 척척 맞추고, 심지어는 노트북이 이상하다는 회사원들의 컴퓨터로 나사를 해킹하기까지 할 정도. 이 외의 수사 2계의 인물로는 별다르게 할 일 없이 손톱이나 깎으며 지내고 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풍기는 마야마, 시바타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키도, 미야비라는 고등학생과 교제중인 계장 노노무라(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항상 노노무라와 미야비의 사랑의 나날들이라는 짤막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등이 있다.
앞의 5~6편 정도는 시바타가 특유의 두뇌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알아내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뒤로는 야사쿠라라는 인물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야사쿠라를 둘러싼 추격전보다는 앞의 사건들이 훨씬 더 재미있었던. 물론, 뒤로 가면서 야사쿠라의 정체, 그리고 어린 시절 여동생의 자살 때문에 야사쿠라를 감시하는 형사 마야마의 진심에 하나씩 다가가는 모습이나 시바타와 마야마의 묘한 러브라인도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어째 일을 이렇게 벌이면 수습은 어찌하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물론, 그 덕에 수습은 여전히 제대로 안 됐다)
보면서 <트릭>과 <언페어>와 닮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드라마. 때문에 이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괜찮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셜편까지가 괜찮았고, 영화는 별로였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섬에서 한 사람씩 죽어가는 설정). 들리는 말로는 시즌 2가 만들어진다고도 하는데 마야마와 시바타의 러브라인이 한층 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지라 이런 장면에 약한 분들이라면 시청을 피하시는 게 좋을 듯. 뭔가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제법 풍겨서 보고나면 왠지 찝찝한 마음도 들었던 드라마였다.
덧) 이 드라마에서 시바타 역을 맡고 있는 배우는 나카타니 미키인데, 알고보니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 역을 맡았던 배우더라. (이미지가 달라서 그런지 못 알아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