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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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선비들의 삶과 그들의 사유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흔히 고전이라하면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 생각해 왠지 꺼려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전에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를 비롯해 이승수의 <거문고 줄 꽂아놓고>와 같은 책들을 읽으며 글로 옛 사람들의 지혜, 삶의 방식 등에 대해 접해보았기에 이 책을 비교적 쉽게 잡고 읽어갈 수 있었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은 '옛 선비들의 삶의 태도'에 대해 보여주겠구라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미쳐야 미친다>는 18세기 지식인들의 마니아 경향에 다루었고, <거문고 줄 꽂아놓고>에서는 옛 사람들의 우정에 대해 다루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논지를 진행해갔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해도 산만하다는 생각이 비교적 덜 들었는데, 이 책은 미시적인 주제보다는 아무래도 '삶'이라는 포괄적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짤막한 연재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컨대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보다는 선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약간은 아쉬움이 들었다. 

  흔히 선비라하면 집안 살림은 상관하지 않고 방에서 글만 읽는, 왠지 고지식하고 유머감각이라고는 없는 사람들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다/ 의젓한 너 천군이여/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라고 과식을 스스로 경계하는 시를 짓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렇듯 이 책 속에 등장한 많은 선비들의 모습은 때로는 재기발랄함으로, 때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을 은근히 비꼬는 것으로, 때로는 우직하게 등장한다. 다양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때로는 나의 생활을 반성하기도 하며 옛 사람의 지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산이 자신보다 200년 앞서 살았던 퇴계의 글을 읽으며 글로 그를 스승으로 모셨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그가 남긴 글을 통해 가르침을 받고,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쳐갈 수 있다면 한 번 만나지 못했어도 스승과 제자라 일컫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안에는 스승으로 모실만한 선비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고,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그들의 글이나 이야기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이 책은 인생과 내면, 취미와 열정, 글과 영혼, 공부와 서책으로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지만 사실 어디를 펴서 읽어도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다. 박규수가 만든 일종의 논술 도서인 <상고도>에서처럼 골패를 던져 나온 숫자를 따라가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책을 다 읽고 선비답게 사는 법에 대해 깨닫지는 못했으나, 각각의 선비들의 인생관에 대해서는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는 조금씩 맛을 보며 음미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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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비들의 생활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인가 봐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

이매지 2007-08-11 14:46   좋아요 0 | URL
어맛. 이런 글에 어째서 추천을;;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