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봤기때문에 어떤 영화인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채 봤던 영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영화를 본 뒤 찾아봤더니 '인디 영화의 고전'이자 '젊은 영화 감독들의 우상이기도 한 짐 자무쉬 감독의 대표작'이라는 문구가 따라 붙어 있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마치 스냅사진을 연결하듯 짤막짤막하게 흑백 영상 속에서 에피소드들을 연결해서 보여주고 있다. 각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The New World, One Year Later, Paradise와 같이 검은 바탕에 흰 글씨체로 간결하게 나온 뒤 이야기가 시작된다. 뉴욕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윌리. 그리고 헝가리에서 잠시 윌리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찾아온 사촌 에바, 그리고 윌리의 도박친구 에디. 이 셋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는 그려지고 있다.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헝가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윌리. 그는 철저히 미국인의 삶을 살아간다. 때문에 친척에게 온 전화를 받으며 "영어만 쓰라"고 말하기도 하고, 에바에게는 미국식으로 옷을 입으라며 없는 형편에 옷도 한 번 사준다. 겉으로는 윌리의 이런 친절을 받아들이는 듯한 에바는 윌리를 떠나며 밖에서 윌리가 사준 옷을 버려버리고 새로운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윌리와 에디는 계속해서 도박으로 돈을 잃기도, 따기도 하며 별다른 직업없이 기분따라 살아가게 된다. 이 세 남녀의 고독하고도 쓸쓸한 모습. 그것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 속에서 소외된 채 자리잡고 있다.

  지독히 공허하고, 지독히 건조하다. 그리고 그들의 쓸쓸함이 왠지 모르게 가슴에 남아 까만 재만 남기고 서서히 날아가는 것 같다. 에바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클리블랜드로 가서 길을 걷던 에디의 한 마디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메아리치는 듯하다. "이봐, 이거 웃기잖아. 우린 여기 처음인데 다 똑같은 것 같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지루하고 쓸쓸하다면 이 영화를 접하고 에바와 윌리, 그리고 에디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딱 어울릴 것 같은 영화였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꿨던 그들도, 나만의 꿈을 꿨던 나도. 천국보다 낯선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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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학교 근처에 짐자무쉬 이름 딴 카페 아직도 있나요?

이매지 2007-07-12 23:42   좋아요 0 | URL
짐자무쉬 이름을 딴 카페라.
저희 학교 앞은 황무지 같아서 과연...?!

비로그인 2007-07-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대쪽으로 있었는데...그럼 없어졌나보군요

이매지 2007-07-13 20:55   좋아요 0 | URL
아아. 저 그 학교 말고 다른 학교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