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는 그냥 그런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쏠쏠하게 입소문이 돌더니만 여기저기서 '재밌다', '독특하다'라는 평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터라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나는 이 영화가 DVD로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영화.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나름의 매력을 담고 있는 동구와 만나게 되었다. 

           

  대개 영화는 한가지 성격만 가지고 가는 게 대부분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면 산만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에서 꽤 다양한 폭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여자로 살려고 하는 동구의 분투기이다. 수술을 하기 위한 5백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선뜻 씨름판에 뛰어드는 동구. 그에게 씨름은 목표가 아니라 500만원을 충당할 수단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씨름에 점점 매력을 느낀 그는 이왕이면 씨름으로 1인자가 되고자 한다. 수단과 목표가 하나가 된 것이다. 만약 그가 씨름을 단순한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과연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동구의 분투기 외에 이 영화는 씨름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이다. 대개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메세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냥 시작했지만 동구가 하나씩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대회의 모습까지의 동구의 노력은 스포츠 영화의 성장과정을 밟아가고, 결말에서 우승을 하는 것도 역시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동구가 보는 책의 장면을 씨름부 선배들과 재현하고 있는 동구의 모습이나 씨름 장면들이 뻔하지 않은 영상들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마지막 코드는 이 영화는 가족 영화라는 점이다. 한 때는 복싱 챔피언이었지만 부상으로 이제는 술이나 마시고 별 볼 일 없게 된 아버지. 아버지는 퍽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 이런 아버지가 싫어서 가출한 엄마. 여자가 되려는 동구를 두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정말 중요한 건 자기자신이 행복한 거야"라고 동구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어머니. 여자가 되려고 하는 동구를 때려서라도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아버지. 하지만 이후 동구의 편이 되기로 마음을 돌리는 과정은 이해와 포용, 사랑이라는 가족영화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런 다층적인 내용에 동구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매력도 매력이었지만 조연으로 나오는 캐릭터도 즐거움을 더해주는 데 한 몫 했다. 특히나 가끔 즐겨봤던 MTV most wanted의 슈파사이즈가 나와서 반가웠다. 간지럼을 너무 잘 타서 씨름을 그만 둘 것을 고민하는 씨름부 선배도, 맨날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씨름부 감독도, 맨날 장래 희망이 바뀌는 동구의 유일한 친구도, 일본어 선생님으로 나오는 초난강도. 저마다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영화였다.

  밝고 단순한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이 복잡한 영화를 복잡한 생각없이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 동구가 세상을 뒤집어버린 이야기.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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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하장사 마돈나를 봤다...
    from 언제나닷컴 2007-07-03 18:01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외 감독, 류덕환 외 출연 천하장사 마돈나.. 솔직히 이 영화를 전부터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유명한 감독도 배우도 없던 영화에다 장르조차 성장영화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뚱뚱한 녀석이 씨름을 통해 자기 능력과 씨름부원들과의 우정을 찾아가는 성장영화라는..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들리는 사람들의 평가는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하여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을 가졌다. 내 편견때문에 괜찮..
 
 
프레이야 2007-07-0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각적으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어요. 조연들의 연기 또한 하나하나
좋았구요. 은근 매력있는..

이매지 2007-07-03 17:09   좋아요 0 | URL
한국영화가 어렵다 어렵다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재미와 함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캐릭터들도 매력있었구요 :)
혜경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