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구판절판


"탐정이란 건 말이야. 먼저 선언부터 해놓고 이론을 만들어가는 법이야. 요리사도 그렇잖아?"
"요리사?"
"메뉴부터 정해놓은 다음 재료를 사 모으는 것과 뭐가 달라."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26쪽

뜻을 찾아 헤매는 것도 인간뿐일지도 모르지-27쪽

"풍습이란 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무엇을 숨기려고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거지."
"무엇이라는 건 뭐죠?"
"공포나 죄책감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욕망 같은 거. 그런거야. 그런 것들을 어영부영 얼버무리려고 풍습이라는든가 설화라든가, 그런 게 생기는 거 아닐까."-74쪽

구로사와는 얼토당토않은 추측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곤란한 상황을 얼버무리려고 적당히 다른 것으로 위장하는 수법은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것이 성에 대한 것이거나 죽음에 대한 것, 공공연히 밝히기 힘든 것일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75쪽

공동체를 이끌어가려면 권위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통치하는 사람은 미움을 받고 두려움의 대상도 되면서, 사람들을 견인해나가야만 해. 그 대신 개개인의 공포나 불안, 불만을 받아줄 사람도 필요하지. 내 아버지는 엄격했어. 할아버지는 사람이 좋고 너그러웠지. 두 분 다 마을 사람들의 불만을 샀어. 엄격하면 굴욕이, 만만하면 경멸이 생겨나지. 제대로 거느리려면 그 양쪽의 균형이 필요해. -128쪽

내 고독이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거대함과 맹렬함 앞에 고래마저도 달아날 것이 틀림없다-139쪽

애초에 말이야, 정의라는 건 주관적인 거잖아. 사람들이 그런 걸 내세우면 무서워. -141쪽

내 용기가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거대함과 젊음으로 햇빛을 반사하는 수면을 한층 빛나게 할 것이다. -152쪽

큰 문제가 있다. 사악한 것은 번창하고 올바른 것은 짓밟힌다는 흔해빠진 사실이다. 악은 응징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언젠가는 파멸한다는 일반적인 경우의 일례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선한 자가 승리를 얻었다는 예는 최근 듣기 힘들지 않은가. -157쪽

정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악에 필적하지 못했던거예요. 이 사실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분통 터져요. -158쪽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정의의 사도라고 하면 변호사나 경찰, 소방관 같은 직업을 떠올리겠지만 아버지는 달랐어요." 그는 지친 목소리로 자조하듯 말한다. "아버지 말씀이, 중요한 것은 직업이나 직함이 아니라 준비라는 거예요."
"준비?"
"강한 육체와 흔들림 없는 마음. 그것들을 익히는 준비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요."-158쪽

"남자란 좌우지간 잘난 체를 해서 자신을 포장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죠." 나는 대뜸 대답했다. 남성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은 나에게도 몇 명쯤 남자들이 꼬인 적이 있다. 노부인의 말처럼 "난 고급차를 몰고 다녀" "고교 축구로 국립대에 갔지" "난 치한은 결코 용서 못 해"하며 자신의 장점을 큰소리로 내세우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실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은 그 차는 사업을 위해 팔았다는 둥, 우리 고등학교는 축구 명문이었기 때문에 벤치에 앉아만 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는 둥, 그 치한한테 대들었다가 우리에게 불똥이 튀다니 그보다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냐는 둥 횡설수설 핑계를 둘러대어 나를 놀라게 했다. -163쪽

내 좌절이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비통과 우스꽝스러움에 강에도 바다에도 살 곳이 없어질 것이다.-177쪽

내 하루는 이런 식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그 하루가 쌓인 1년도 결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겠지-267~8쪽

"난 타인을 무시해"하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모저모 신경은 쓰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래서?'라는 느낌밖에 못 가져. 그래서 어쩌라고? 타인을 향한 내 관심은 그 정도 선이야."-269쪽

이 세상엔 무리한 일투성이야.-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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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재밌을 것 같아서 리스트에 담았습니다. ^^

이매지 2007-06-16 14:46   좋아요 0 | URL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과는 다른 맛이 있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혹 엘신님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넘겨드리지요 ㅎ

비로그인 2007-06-1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럼, 이매지님 만날 때까지 기다릴까요? (웃음)

이매지 2007-06-17 15:45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어느 세월에 만나게 될런지. ㅎㅎ

비로그인 2007-06-19 10:39   좋아요 0 | URL
푸하하핫. 지구에 빙하기가 오기 전에는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