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실종사건,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더불어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린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평범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가족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그리고 이 가족을 농락한 범인은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주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어떻게든 아이가 살아돌아오기만을 바랐던 가족에게 아이는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고, 그 순간 부모는 모든 희망을 잃고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다.   현재 유괴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15년만 잡히지 않고 숨어있으면 설사 체포된다고 하여도 범의 심판을 받지 못한다. (물론, 시효가 끝나지 않은 여죄가 있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 아니 한 사람을 둘렀단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죄값이 겨우 그것이라니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소시효를 늘리면 그만큼 인력상, 재정상의 문제가 생겨나겠지만 최소한 25년 정도는 되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설경구야 워낙에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달리 할 말이 없고, 김남주는 그간 도시적인 이미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만 CF에 출연해 사실 좀 불안불안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물론, 표정연기가 종종 거슬릴 때가 있었지만 최소한 본인 스스로가 노력했다는 게 보였다는. (엄마가 되서 그런가?!) 자극적인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평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한 번쯤 관심을 갖고,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긴 러닝타임때문에 늘어지는 감도 있었지만 보고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영화였다. 범죄 때문에 파괴되는 또 다른 가정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아무리 진부한 범죄라도, 그것 때문에 한 번뿐인 인생이 마구 뒤틀리고 만다. 사회에 대한 영향이나 사건의 진부함, 통계나 법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다. 흔해빠진 사건은 영화가 되지는 못해도,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수는 있다."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자신에게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생각하는 유괴에 대한 이야기이다. 혹자는 추적 60분을 영화로 만든 것 같다는 식으로 이 영화를 평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통해 관객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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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저도 어젯밤 이 영화 봤어요. 우려했던 것보다 울음바다가 되진 않아
다행이었어요. 오지선이 참 답답하단 생각을 했고 아이에 대한 그녀의 지극정성이
이물스러웠어요. 사람이 정말 간사하고 비굴하단 생각도 들었구요. 결말만 작위적
이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꽤 괜찮은 영화더군요.^^

이매지 2007-05-2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은 짠하긴 했지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살인의 추억>처럼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