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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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식모들'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박민규 풍의 소설을 생각했더랬다. 왠지 모르게 수상한 식모들이 등장해 그들의 인생사를 들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수상한 식모들에 대한 우스개가 아닌 좀 더 미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수상한 식모들. 과연 그들은 누군인가.라는 것이 바로 이 책을 꿰뚫는 질문이다.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이야기가 불쑥 나오기도 하고, 정신없이 지나가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수상한 식모들, 혹은 호랑아낙의 이야기와 맞물려있었다. 곰은 백일 간 마늘과 쑥만 먹으며 인간이 되었는데 과연 그 때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화목한 집에 들어가 식모로 일하며 집 안의 분위기를 조금씩 뒤흔들어놓고 마침내는 가족을 파탄나게 하는 수상한 식모들. 과연 그들의 역사는 언제부터였으며,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민규의 소설처럼 만화같은 상상력은 다소 부족하고, 성석제의 소설처럼 해학을 통해 일상을 비판하는 시선은 부족해보였지만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름 호감을 가지고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가끔씩은 너무 엉뚱한 진행이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면 때문에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그러니까 진짜 우리 주변에 수상한 식모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까지는 못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능청스럽게 정말 사실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이 작가에게는 부족한 듯. 아, 그리고 결말이 너무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점도 조금은 아쉬웠다.

  이런 저런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덜 다듬어진 작가이기에 어느 정도는 용서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듬어지고 자신의 상상력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면 꽤 괜찮은 작가가 될 것도 같다. 물론, 아직은 덜 다듬어져서 살짝 살짝 모난 부분이 보여 마음에 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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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확실히 제목만 보았다면 저 역시 그냥 읽었을 것 같은.. (긁적)

이매지 2007-03-2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재미있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래도 아쉬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