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판타지영화라는 점때문에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꽤 얕봤다. 해리포터류의 어린이용 판타지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이 영화는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잔혹한,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만삭의 엄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의 부대로 떠나게 된 오필리아. 낯선 환경과 냉혹한 새아버지는 오필리아를 막다른 감정으로 몰아가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요정이 등장해 부대 근처의 미로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판을 만나게 된 오필리아. 판은 그녀가 지하왕국의 공주라고 하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3개의 미션을 완수하면 다시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더이상 내몰릴 것도 없는 오필리아는 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나씩 미션에 도전하기 시작하는데...
판타지 영화이긴 하지만 오필리아가 겪는 모험담보다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가슴을 파고 들었다. 오필리아가 현실을 도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현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보는 관객조차도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현실을 눈 질끈 감고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잔혹하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15세 관람가가 맞는지 확인하게 됐다. 해리포터류의 판타지 영화에서는 요정들도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요정들마저도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해 왠지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듯 했다. 특히나 판의 경우에는 그 모습때문에 과연 그를 믿어도 될까하는 의심이 자꾸만 생겨났다랄까? 여튼, 잔혹하고 암울한 현실을 도피하고픈 마음이 오필리아와 관객을 저절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지만 그런 기대를 버리고 본다면 제법 괜찮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