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이 대개 현대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독특하게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적은 있었지만 배경이 고대이니만큼 고대 이집트만의 장례풍습이나 사후관에 대해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게 다가왔다.
권력과 재산 모두를 가진 묘소지기인 임호테프. 그는 볼 일을 보기 위해 잠시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며 노프레트라는 젊고 아름다운 첩을 데리고 온다. 그녀가 도착하고 다시 임호테프가 떠나자 가족들은 이 때다 하는 마음에 제각각의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노프레트가 오히려 임호테프에게 이 사실을 편지로 알리고, 화가 난 임호테프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노프레트에게 물려주겠노라는 편지를 보내온다. 그 편지가 도착한 후 노프레트를 살해당하고, 잇달아 가족들도 하나씩 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노프레트의 혼이 저주를 하고 있는 것일까? 가족원 중에 살인범이 있는 것일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뚜렷이 갖고 있다. 난폭한 언행을 일삼는 첫째 며느리 사피티, 우둔해보이고 자신의 아이들만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둘째 며느리 카이트. 기가 센 아내에게 눌려 사는 첫째 야모스, 잘생기고 허풍이 심하고 성질이 급한 둘째 소벡, 나이가 어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이에 기고만장해진 셋째 이피. 가족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하녀 헤네트,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서기 호리 등등.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모가 제각각이라 각 캐릭터들의 성격파악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특히나 노프레트가 죽은 뒤로 성격이 변해가는 이들의 모습이 과연 공포때문일까, 두려움때문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집트 사람 특유의 죽음에 대한 인식, 사람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악.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숨겨진 모습의 차이 등을 살펴볼 수 있었던 책. 기존의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있어서 그런지 별 거부감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독특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