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 나를 보고 갖는 편견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얌전하다거나,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장담하지만, 나는 절대 얌전하지 않고(예의상 혹은 아직 충분히 본색을 드러낼 사이가 아니라서 얌전을 가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절대 착하지도 않다. 중, 고등학교를 깡패학교를 다닌 덕에, 패싸움도 자주 했고, 파출소나 경찰서도 들락거렸으며, 자랑은 아니지만 폭력전과로 청소년교정프로그램을 이수했던 기억도 있다.
두 번째는 어리게 보는 것인데, 이십대 때는 이게 좀 기분 나빴는데, 요즘은 무척 기분 좋다! 물론 아이랑 함께 있을 때, 아빠 맞나. 삼촌 아니냐. 이러면 경우에 따라서는 좀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어리게 보여서 제일 나쁜 경우는 상대방이 나를 얕잡아보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특히 40~50대 아저씨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30대 여성분들이 그러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오히려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여성이 첫 대면에서 나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말을 턱 놓은 적도 있었다. 진지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면, 처음부터 일부러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고, 마음껏 추측하게 내버려 두거나, 27이라고 소개할 때도 있다. 오래전에 같은 학원에서 일했던 선생님 한 분은 늘 자신의 나이는 29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절대로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았는데, 나랑 무척 친하게 지냈지만, 나는 끝내 그 분의 실제 나이를 알지 못했다. 아마 40대 중반일거라고 추측만 했을 뿐이다. 그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도 늘 29이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작년에 어느 자리에서 27이 아니냐는 말을 들은 후로는, 두 살 낮춰서 27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세 번째는 첫 번째랑 연결되는 이미지인데,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내도 나를 과묵한 편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건 평상시에 일상적인 대화에서 경상도 남자다운 경제적인(?) 언어구사능력 때문인 것 같다. 그래 평상시에는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말이 없는 편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말을 할 때는 말이 엄청 많다.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았고, 거의 의형제나 다름없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고향 동생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과 만나면 둘의 수다가 장난이 아니다. 밤새 떠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든다.
네 번째는 편안한 인상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얘길 듣곤 한다. 이건 두 가지인데, 단순히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있고, 또 하나는 부탁을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의미도 있다. 글쎄 예전에는 사람을 좋아해서, 남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학생운동, 사회운동, 직장생활 등을 거치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좀 바뀌었다. 쉽게 정을 주지 않고, 쉽게 믿지 않고, 쉽게 벽을 허물어주지 않는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정을 주는 것처럼, 믿는 것처럼, 적당히 속을 보여주는 것처럼 대할 정도의 요령은 생겼다.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 같은데, 큰 틀에 서보면 첫 번째 이미지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두고, 이렇게 편견을 갖고 나를 대했던 사람들이 곧 나를 알게 되면서 갑자기 태도를 확 바꾸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런 편견이나 오해를 갖게 만든 내가 잘못인걸까? 아니면 혼자 그렇게 착각한 사람이 잘못인걸까? 잘 모르겠다.
꾸밈없이 상대를 대하고, 관심사나 성향이 맞으면 곧바로 마음을 열어주곤 했던 시절이 그립다. 하나하나 계산하고 따져가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참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