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며칠 전 일터의 직속상관께서 함께 일하는 동료 활동가와 내게 아주 오랜만에 점심을 사주셨다. 당연히 날씨 이야기와 기후변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분이 우리에게 집에 에어컨이 있는 지를 물었다. 동료 활동가는 친구랑 함께 지내는데, 방이 구조가 독특해서 비교적 시원한 편이라고 아직은 에어컨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사야지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 분이 이제는 에어컨이 필수라고, 이런 날씨에는 에어컨 없으면 못 견딜거라고 했다. 본인도 평생 환경운동을 해오신 분이지만 불과 이삼년 전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에어컨을 샀다고 했다. 내 기억에는 아마 가장 더웠던 2018년에 구매하셨던 것 같다. 당시에 본인이 환경운동가로서의 고집을 포기하고 에어컨을 샀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러고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아직은 에어컨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니 또 목소리를 높이며, 안된다고 한반도는 더이상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는 기후가 아니라고 강조하셨다. 나 역시 그 말씀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올해 여름까지는 버텨보는 걸로 생각 중이다. 


오늘이 목요일인데, 어제까지 월,화,수 3일 동안 집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못했다." 라고 표현한 건 내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더위에 집에서 잠을 자는 일은 쉽지 않다. 에어컨이 없어서 열대야의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고 예고되었던 지난 주말에는 일부러 에어컨이 있는 친한 후배 집에 가서 이틀을 지내고 돌아왔다. 어차피 열대야로 더운 날엔 본인도 에어컨을 켤 확률이 높으니, 혼자 에어컨을 켜는 것 보다는 둘이 있을 때 켜야 효과도 좋고, 죄책감도 덜 수 있다는 이유로 편하게 놀러오라고 했던 후배였다. 사실 "아예 한 달을 우리 집에서 지낼래요?" 라는 상당히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으나, 그래도 남의 집에서 한 달씩이나 얹혀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번 주는 본의 아니게 계속 집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큰 아이가 갑자기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애들 엄마가 병원에서 이틀 밤을 큰 아이와 지내고, 내가 혼자 집에 남은 작은 아이와 지내느라 아이들 집에서 잤다. 아이들이 파주로 이사간 후에는 우리 집으로 오려고 하지 않아서 함께 자는 일이 드물었다. 애들 엄마가 해외 출장이나 지방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 외에는 거의 없었으니까. 이틀 모두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파주까지 이동하느라 아주 늦은 시간에야 집에 도착했고, 작은 아이와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과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 등을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짧은 시간은 내게는 너무 소중했다. 아이는 계속 자라고, 언젠가는 더이상 나에게 저렇게 재잘대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테니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계속 더 해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일이 섭섭하다. 언제부턴가 머리를 묶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아이들. 문득 생각나서 머리를 묶어 줄까 하고 물어보면 고개를 저으며 그냥 자기가 묶겠다고 답한다. 분명 내가 묶어주면 더 예쁘게 묶어줄 수 있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본인이 하도록 둘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하겠다는 일을 억지로 부모가 해주는 건 좋지 않은 태도다.


큰 아이는 사실 이틀씩이나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암튼 병원에서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한다. 애들 엄마가 바쁜 때에 병원에 있느라 시간을 뺏기고, 불편한 간이 침대에서 자느라 불편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내가 병원에서 자려고 생각했는데, 함께 병실을 쓰는 다른 엄마가 나를 불편해 할 거라고 여겨서 본인이 병원을 선택한 것 같다.


파주 집은 우리 집만큼 덥지 않아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만으로도 충분히 쾌적하게 잘 수 있었다. 우리 집이었다면 잠시도 선풍기를 멈출 수 없었겠지만, 그 집에선 새벽에 조금 춥다고 여겨 선풍기를 껐다가, 나중에 더위를 느껴 다시 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양이였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 두 마리. 몇 해 전 그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그 집에서 잘 때마다 고양이라는 존재들 때문에 낯선 상황들을 경험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방문을 열어두고 잔 적은 없어서 이 아이들 때문에 잠을 깬 적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워서 문을 열어두고 잤더니 두 녀석 중에 나랑 좀 더 친한 한 녀석이 계속 내 곁을 오가며 잠을 깨웠다. 뺨이나 이마를 혀로 핥거나, 머리카락을 밟고 지나가거나, 손이나 무릎, 발가락 등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거나, 내 배 위로 올라와 한참을 가만히 있거나, 내 귀 옆에 웅크리고 앉아 갸르릉 대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수시로 했다. 차라리 가만히 옆에 있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같이 잤을텐데, 한참 옆에 있다가도 금방 거실로 나갔다가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와서 위 행동들을 반복해대니 자꾸 잠을 깰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래 마음은 알겠는데, 나 너무 피곤하니까 좀 그만 건드리면 안 되겠니. 좀 안 깨고 자고 싶은데, 이 녀석은 자꾸 내 얼굴을 핥거나 귀 옆에서 갸르릉 대며 잠을 깨웠다. 내가 잠결에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갸르릉 대기만 하는데, 귀찮아서 돌아누으면 손이나 발쪽으로 와서 살짝 깨물곤 한다. 다행히 아프지 않게 깨물지만, 그 날까로운 이빨의 감촉은 잠을 깨우기에는 충분하다. 여름에는 이 녀석 때문에 이 집에서 자는 일이 쉽지 않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다른 한 마리는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다른 녀석 보다 몇 달 늦게 이 집에 온 그 아이는 성격도 좀 달라서 상대적으로 인간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편이며, 특히 초기에 나하고 함께 지낸 시간이 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수요일인 어제는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어제 아침 파주에서 서울로 출근하면서 버스로 자유로를 지나 왔는데, 푹우를 버스가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비는 조금 잦아들었다가 다시 쎄게 내리기를 반복했다. 어제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지키는 날이었는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친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감자전을 구울테니 오라는 연락이었다. 매장을 봐야해서 조금 늦게 간다고 전했다. 평소 저녁 시간에는 매장에 손님이 좀 오는 편인데, 어제는 비 때문인지 손님이 없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 배도 고팠고, 감자전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이미 거기로 가 있었는데, 손님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까지 매장은 열어두어야 하니 좀 답답했다.


마감 시간이 되어 매장 문을 닫고 서둘러 후배네 집으로 갔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과 케이리그 대표 선수들의 이벤트 경기를 보면서 감자전을 열심히 먹고 놀았다.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러며 집으로 가려는데, 후배가 그냥 자고 가시라고 했다. 사실 그 집이 일터와의 거리도 더 가깝고 에어컨도 있으니 굳이 찜통 같은 집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아직까지 별 일이 없으니 아마도 오랜만에 집에서 자게 되겠지. 점심 시간에 고심을 거듭하여 한 달 이상 묵혀두었던 알라딘 장바구니를 비웠다.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다시 10만원 대 선으로 결제 금액을 줄이며 책들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번 달에는 여름 휴가 교통비와 숙소 비용들을 선결제해서 이미 지출이 예산을 넘겼고, 휴가 가서도 지출이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에 완전 적자인 달인데, 어떻게든 책값을 줄여보려고 했으나,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암튼 오늘 결제한 책들이 저녁에 도착할테니, 오늘은 선풍기 바람 쐬면서 책을 읽어야지. 빨리 퇴근시간이 되기를. 빨리 책이 오기를. 


0.1 웨이스트


몇 달전부터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보고 있다. 일터에서 태양광발전 사업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 제품과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내며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매장은 환경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거점으로서 물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상담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운영 중이다. 매장을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님을 새로 채용했지만, 매니저님이 근로 시간을 모두 채워도 매장 운영 시간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자발적인 자원활동가들이 채워야 한다. 나는 일터에서 활동비를 받는 활동가로서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 모를 노동을 매장에 투여해야 할 상황이었다. 


암튼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물품을 판매하는 일을 다시 해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대학 입학식도 하기 전에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큰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것과 군대가기 전에 짧은 기간 편의점 야간 일을 했던 것 등이 실제로 무언가를 판매하는 일을 했던 것이었는데, 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지나 다시 비슷한 종류의 일을 맡은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일반적인 슈퍼마켓이나 소매점과는 여러모로 많이 다르다. 취급하는 상품이 대부분 포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코드를 찍어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포스기에서 고객이 가져온 상품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긴 했는데, 처음에는 엄청 버벅거리며, 계산대 앞에 계신 손님께 "죄송합니다만, 제가 좀 서툴러서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를 계속 말해야 했다.


매장을 맡은 날에는 손님들이 얼마나 오고, 매출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내 기분이 크게 좌우되는 걸 느꼈다. 특히 어제처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 손님이 없는 편이라 기분이 크게 다운되었었다. 손님이 오고 이것 저것 질문도 하고 작은 거라도 하나 구매하면 내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꼭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매장에 들어와 둘러보고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기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다. 그런데 정말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손님이 한 명도 안 들어오는 날엔 힘이 많이 빠졌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총 11시간을 매장을 지켰는데, 그 동안 들어온 손님은 단 두 명이었다. 한 분은 몇 개의 제품을 구매하셨지만, 다른 한 분은 나와 몇 분 동안 상담만 하고 구매는 하지 않고 가셨다. 이런 날엔 참 힘이 많이 빠진다.


어제 동료 활동가가 갑자기 소설가 최정화 님을 아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해봤으나 들어본 기억이 없는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이 매장을 맡은 날 이 소설가가 오셔서 제법 많은 제품을 사가셨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는 말도 했었다고 전했다. 우리 매장 제품들과 매장 안 모습 등도 사진을 찍어가서 활용해도 되냐는 허락을 구했었다고. 어디에 활용하시는지 궁금했는데 그걸 물어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최근에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라는 책을 냈더라.
















이 책의 소개 내용 중에 0(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라 0.1(영쩜일) 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뭐든 단번에 잘 해내기는 어렵다. 평생 과 포장된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그게 당연하다고만 여긴 사람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낯설고 어렵고 불편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머리로는 알지만, 공감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매장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수많은 분들 중에 대다수는 이 매장의 여러 물품들이 신기하고 기특하지만, 굳이 우리 집에서 이걸 사용할 필요는 못 느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가 굳이 0.1 웨이스트라고 말하는 이유를 잘 알 것 같다. 당장 바로 제로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0.1이라도 가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소설가를 검색했다가 이 분이 한때 환경잡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일했다는 걸 봤다.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이라고 적혀 있던데, 시기로 보면 내가 그 잡지에서 일했던 시기보다는 이후일 것으로 추정했다. 어쩌면 일터에서 동료로 일했을 수도 있었을 인연이었다는 생각에, 일했던 시기는 달랐지만 같은 일터에서 일했던 인연이라는 생각에 아주 약간 친밀감을 느꼈다. 다음에 만약 내가 매장을 맡은 날에 이 분이 다시 방문하시면 책 잘 읽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저 잡지사에 일했던 시절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암튼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아까 비운 장바구니에 이 책도 포함시켰다. 즉, 오늘 저녁에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 시간을 두고 이 분이 쓴 소설들도 하나씩 찾아 읽어야지. 회의 시간을 기다리며 글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회의 시간이 다 되었다. 얼른 회의 마치고, 얼른 퇴근해서 책 읽으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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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4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 퇴근은 모든 직장인의 꿈. 저는 출근하자마자부터 퇴근이 그리워요. ㅎㅎ 날이 너무 더워 건강해치기 딱인데 너무 무리하지마세요. 내몸에 대해 가지는 자신감만큼 쓸데없는게 없다는걸 요즘 아프고나서 느끼네요. 뭘 할래도 일단 건강해야하니까요. 제로 웨이스트가게덕분에 만나는 또 새로운 인연들이 있네요.

감은빛 2022-07-18 13: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바람돌이님.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날들이네요. ㅜㅜ
덥고, 피곤하고, 일은 잘 안 풀리고 여러모로 힘든 날들입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프고, 특별히 원인도 없고
그냥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낫기도 하고 한동안 안 낫기도 하고
이런 제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꼬마요정 2022-07-14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퇴근하면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지금도 벌써 열 시네요ㅠㅠ 운동 갔다 와서 밥 먹고 좀 노닥거리다보면 이 시간이네요ㅠㅠ 오늘 꼭 다 읽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아마 읽다가 까무룩 잠들 듯 해요. 그럼 뭐 내일 읽죠 ㅎㅎ

제로웨이스트 가게!! 저희집 근처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쓰레기 거의 안 나오게 살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저도 늘 장바구니랑 식기통 들고 다녀요. 비닐 안 쓰고 음식 포장 하려구요. 하나씩 하다보면 제로 웨이스트가 될까요? 노력해보렵니다^^ 더운데 힘내세요!!!

감은빛 2022-07-18 14:12   좋아요 1 | URL
퇴근하고 운동까지 다녀오셨으니, 시간이 빨리 갈 수 밖에 없겠어요.
꼬마요정님. 부지런히 운동하시는 모습 좋아 보입니다.

장바구니랑 식기통을 들고 다닐 정도면 잘 실천하고 계신거죠.
저는 평소에는 통까지는 안 들고 다니고, 집 근처에서 포장할 경우에만 갖고 가요.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는 평소 갖고 다니는데, 반찬통까지는 좀 불편하더라구요.
꼬마요정님. 멋지십니다! ^^

꼬마요정 2022-07-18 15: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손수건 진짜 필수!! 저는 손수건 2장씩 들고 다녀요. 진짜 쓸모가 많아요^^ (근데 그러면서 손수건을 너무 많이 샀다는...ㅠㅠ)

희선 2022-07-16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에어컨 없어요 그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하는군요 전기요금 많이 나올 걸 생각하니... 서울 경기보다 밑에 지방이 덜 더울지, 더울 때는 비슷할지... 아주 더운 곳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다니...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도 깨물면 잠이 깨겠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 귀여울 것 같네요

감은빛 님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2-07-18 14:14   좋아요 1 | URL
희선님도 에어컨 없이 지내시는군요.
지난 6월부터 열대야 때문에 힘들지 않으셨나요?
저는 머리로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몸은 좀 힘들었거든요.

희선님께서도 여름철 건강 잘 챙기세요.
다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도 조심하시구요.

yamoo 2022-07-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를 해 봤는데, 정말 죽음이었어요.
가장 더운 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낮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선풍기 하나로 낮을 버티기가 그렇게 힘든줄은 몰랐습니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있었던 게 생각나네요..ㅎㅎ

감은빛 2022-07-18 14: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야무님.
바로 어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무력하게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는 그래도 선풍기 두 대로 버팁니다.
양쪽에서 켜놓고, 바람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으면 꽤 시원합니다.
 

어제 뉴스에서 전력예비율이 7%대까지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벌어졌으며, 지금처럼 계속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면 지역별 순차적 정전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들었다. 2011년의 블랙아웃 사태를 연상시키는 멘트로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한국일보 1면 기사로 [블랙아웃 위기, 깜깜이 대책]이라는 제목을 봤다. 기사 내용은 읽지 않았다. 읽을 가치도 없을 것 같기도 했지만, 쓱 지나가면서 본 거라 읽을 여유는 없었다. 어제 본 뉴스가 어느 방송사의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전력예비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지면서 여러 언론 매체가 일제히 블랙아웃 위기를 들먹이며 마치 전력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시간을 앞두고 잠시 짬을 내어 이 글을 두드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블랙아웃 위기에 몰릴 일은 없다는 뜻이다. 먼저 단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방송에서 언급한 전력예비율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전력 설비예비율과 전력 공급예비율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 설비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량은 정해져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2년 7월 8일 현재 설비용량은 134,239 메가와트이다. 이 중에서 당일 최대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수치가 바로 설비 예비력인데, 최대공급량에서 수요를 빼고 남아있는 설비의 양을 말하고, 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 설비예비율이다. 


다음은 공급예비율을 알아보자. 전체 설비 용량 가운데 매일 그 100%를 가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발전소는 점검에 들어가 있을테고, 어느 발전소는 고장이 났을 수도 있고, 어느 발전소는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가동 중단 중일 수 있다. 그래서 당장 공급 가능한 총량을 공급능력으로 별도로 책정하고 22년 7월 8일 현재 공급능력은 99,525 메가와트이다. 여기서 당일 최대 수요를 제외하고 남는 양을 공급예비력이고, 이를 다시 비율로 나타낸 것이 공급예비율이다.



언론에서 말하는 전력예비율은 바로 저 공급예비율을 말한다. 저 수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져서 위험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위험할까? 그렇지 않다. 전력거래소는 매일 전력사용 수요를 예측해 적절한 양의 공급능력을 확보해두고 있으며, 예비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고 해서 당장 위험할 일은 없다. 



이 그래프는 오늘 오후 5시 무렵의 실시간 전력수급 그래프이다. 공급예비율이 7%까지 떨어졌다는 어제(7일, 목) 그래프가 녹색 점선으로 되어 있고, 오늘 그래프가 붉은색 실선으로 되어있다. 오늘은 흐린 날씨라 그런지 어제보다 전력 사용량이 제법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피크 타임으로 예상되는 5시에서 6시 사이가 다 되어도 그리 높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이 표는 6월 28일부터 어제까지 최대전력수요 및 공급 현황을 나타내는 것이다. 각 날짜별로 공급능력과 최대 수요가 나와있고, 각 날짜별로 작년 수치와 비교해 증가율을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공급예비력과 예비율을 표기했다. 언론에서 다룬 것처럼 7월 5일부터 예비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져 조금씩 떨어지다가 어제 7.2%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어떨까? 어제보다 전력 사용량이 낮으니 당연히 예비율은 올라갔을 것이다. 글을 두드리는 6시 기준 공급예비율은 16.54%이다. 아까 그래프를 캡쳐할 때는 대략 15%였는데, 그 사이에 예비율이 더 올라갔다. 즉, 전력 사용량이 더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럼 여기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일보 1면 기사에 대해 발빠르게 반박한 내용을 보자.



전력 수급대책을 마련해 차질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한여름 피크 타임에 대비해 과도하게 설비를 늘려서 여름이 아닌 계절, 특히 봄과 가을에는 공급예비율이 엄청나게 남아도는 상황이다. 올해 봄에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거의 매년 봄마다 공급예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설비예비율이 아니다. 공급예비율이 절반을 넘었다는 뜻이다. 그 말은 전체 설비의 절반 이상은 돌릴 수 있는데도 놀고 있다는 뜻이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 공급예비율이 70%를 넘기는 날도 보았다. 올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서 다시 공급예비율을 확인해보면 분명 그 수치가 30~40%는 넘을 것이다.


그 말은 약 30~40%에 달하는 발전설비들은 1년 중 여름 한 철 돌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일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의 발전원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믹스를 살펴보면 원자력(약 27%)을 가장 베이스로 두고 그 위에 석탄화력발전소(약 35%)를 돌리고 그 다음 유류화력발전소(석유가공원료, 약 0.5%) 그 다음으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돌리는데, 여름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는 이 천연가스 발전소를 돌릴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방금 말한 순서는 발전원료 단가가 저렴한 순서이며, 실제 전력거래소에서도 이 순서대로 발전소를 가동한다.



이 그래프는 오늘 실시간 발전원별 수급 현황이다. 가장 아래 주황색 핵발전은 쉽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특정한 발전소가 원료봉 교체에 들어가지 않는 한 늘 동일한 출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석탄화력이 나무색이고, 그 위 좁은 띄 형태의 붉은 색이 유류 화력 발전소이며, 그 위 초록색이 신재생발전소이다. 이 신재생에너지라는 단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개념으로 여기에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고 전혀 재생가능하지도 않은 에너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이걸 따지려면 할 말이 많은데 이제 퇴근해야 하므로 오늘은 일단 넘어가자. 그 다음 노란색이 천연가스 발전소이고, 마지막 보일듯말듯한 파란색이 양수 발전(높은 산 위에 댐을 지어서, 밤에 전기로 물을 퍼올리고, 낮에 다시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 밤에 낭비되는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지은 발전소)이다.


위 그림은 더운 여름이라서, 즉 전력 사용량이 아주 많은 시기라서 가능한 그래프이다. 만약 봄, 가을이었다면 저 노란색, 천연가스 발전소의 비중이 거의 없을 것이다. 다시 공급예비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언론이 공급예비율을 걱정하는 건 수치가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산자부의 반박문에도 나와있듯이 이미 예측한 범위 내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그 언론들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이 정도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썼다면 기자로서 직무유기가 아닌가. 그럼 왜? 사람들에게 전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핵발전소를 늘리기 위한 술수로 보인다.


실시간 전력수급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루 중에서도 최대 수요에 이르는 시간은 짧다. 그 순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발전설비들이 많은 것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재생에너지, 그 중에서도 태양광의 힘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은 한창 더운 2~3시를 지나 그 열이 각 건물에 축적되어 있는 4~5시 경이다. 그 시간에 태양광발전은 높은 발전률을 나타낸다. 태양광이 널리 보급된 나라는 여름철 한 철만을 위해 과도하게 발전설비를 늘릴 필요가 없다. 1년 중 3계절을 놀아야 하는 천연가스 발전소 말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화력 발전소 말고, 핵폭탄과 같은 원리에 과학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는 핵발전소 말고, 1년 365일 원료비가 필요 없는 태양광 발전소를 늘리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다.


태양광발전설비에서 중금속이 나온다고? 거짓말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패널은 모두 실리콘 베이스이기 때문에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다. 태양광은 비싸다고?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점점 단가가 낮아졌고, 곧 다른 에너지원과 충분히 경쟁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지금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핵폐기물 처리장 비용을 감안하면 핵발전 보다 훨씬 더 싸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석탄화력보다 저렴하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충분히 사용하려면 대한민국을 다 덮어도 모자란다고? 역시 거짓말이다. 정확히 계산해본 없지만, 5%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산을 깎아서 만들지 않아도 도로, 철로, 건물 옥상, 주차장 등만 활용해도 충분하다. 문제는 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피하는 것이다. 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자들이 대부분 핵발전 산업 관련자들이거나 그 수혜를 입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에너지 정책을 시민들의 합리적인 토론으로 결정하라고 한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물론 긴 시간 정부의 거짓말에 세뇌된 분들이 많다는 것은 감안해서 충분히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윤 정권에서 핵발전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하는데, 문 정권에서도 핵발전 산업이 쓰러진 적은 없다. 그저 추가 발전소 계획 중 일부가 취소되었을 뿐이다. 암튼 정부가 차질없이 핵발전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그 사전 작업으로 이번 여름 전력 공급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언론이 그 밑밥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쯤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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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름철 전력 얘기 나오면 기승전결론이 핵발전!!! 도대체 거기에 얼마나 어마어마한 이권들이 걸려있는지..... 감은빛님 글 보니 확실히 이해가 가네요. 핵발전소 얘기하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얘기해줄 수 있을 듯... . 퇴근을 앞두고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감은빛 2022-07-10 12:43   좋아요 2 | URL
훌륭한 글이라고 말씀해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핵발전소 하나를 지으면 거기에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리는 건 당연한 것 같구요. 그래서 이 나라 에너지 정책이 이 따위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겠죠.

희선 2022-07-12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엔 전력이 걱정이라는 말이 자주 보이기도 하던데, 그런 말을 하고 핵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군요 그걸 어디에 지으려고... 핵발전소는 줄여야 할 텐데 더 늘리려고 하는군요


희선

감은빛 2022-07-18 13:17   좋아요 1 | URL
8월 더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 전력량이 모자라는 일은 없을 거예요.
총 설비량은 아직 여유가 많이 있거든요.
공급예비율만 보면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설비예비율을 보면 아직 여유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런데도 자꾸 위기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역시 의심스럽죠.
 

장마와 폭염


열대야와 높은 습도로 인해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편을 겪고 있다. 열대야를 피해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 중 하나로 피난갈까 하는 생각을 한밤 중에 해봤다가, 아니 이런 카드는 예비로 남겨뒀다가 좀 더 더워지면 써야해 라고 생각하고 참았다. 새벽에 땀에 젖어 깨서 회전하던 선풍기를 상체 쪽으로 고정시켜 두고 잠들었다가 다시 두어시간 후에 깼다. 바람이 계속 얼굴 쪽으로 불어와 체온이 너무 식었나보다. 다시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리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누운 후에야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뉴스에 나온 기상 전문가의 말처럼 올해는 이례적으로 장마 가운데 폭염이 나타나서 습도도 높고 온도도 높은 매우 불쾌한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우리나라는 장마가 물러간 이후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아직 장마가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중간에 폭염이 나타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이것도 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마의 양상이 바뀐지는 꽤 되었다. 마치 열대 지방의 스콜이라고 부르는 국지성 호우처럼 좁은 지역에 아주 많은 양의 비를 퍼붓고는 금방 사라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곤 한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징조 중에 하나일 것이다.


늘 주변인들과 대화할 때나 기후위기 강의를 할 때, 지금이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기 상황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1980년대부터 지금 2020년대까지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종종 어르신들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듣고 있던 어르신들이 모두 이 대목에서 아주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거꾸로 가게 될 것이다. 어제 정부 에너지 정책을 요약한 자료를 읽었는데, 한숨이 나오는 수준을 넘어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한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이렇게 어이없는 정책을 만든 인간은 어떤 인간일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머리가 아팠다. 선거일 다음날 개표 결과를 보자마자 예상은 했지만, 환경운동가로서 에너지 문제 활동가로서 참 어려운 시절을 살게 될 것 같다.


극심한 근육통과 고질적인 관절 통증


지난 일요일과 화요일 좀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하필 월요일부터 여기저기 관절 통증도 더 심해졌다. 관절염은 대개 날씨와 연관이 있어서 어르신들이 무릎을 짚으며 비가 오려나 하면 정말 비가 온다는 것도 의학 논문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처럼 긴 시간 관절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장마 기간이 무척 힘들 수 밖에 없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올해는 장마가 오다가 말고 더위에 주춤한 상태로 가끔 국지성 호우를 퍼붓다가 말다가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차라리 예전처럼 깔끔하게 딱 2주 비를 퍼붓고 물러가면 좋으련만.


암튼 관절통증과 겹쳐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에 며칠간 좀 극심한 근육통을 겪었다. 특히 거의 겪어본 적 없던 허리와 등쪽 근육통은 일상의 별 것 아닌 작은 동작들조차 힘들고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침대가 없는 우리집은 바닥에 두터운 요를 깔고 자는데, 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동작과 방으로 들어와 이불에 눕는 동작을 하려면 허리와 등 쪽 근육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정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올 정도의 통증을 느낀다. 


안그래도 더위와 높은 습도로 잠을 잘 못자는데, 근육통에 관절 통증까지 겹쳐 고통스럽고 불편한 여름을 지내고 있다. 다행히 금요일인 오늘은 근육통도 관절 통증도 한결 가벼워졌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근육통은 내일쯤 거의 사라질 것 같고, 관절 통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주말동안 비가 그치고 폭염이 다시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면 적어도 주말동안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덜 아프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늘 아프다가 조금 덜 아픈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SNS의 효용


누군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가끔 몇십분씩 아무 생각 없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면 확실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나는 각종 SNS 사용 빈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고, 남들이 올린 게시글을 주욱 훑어보는 수준으로만 이용하는데, 자주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번 볼 때마다 조금 길게 보는 경향은 있다.


다만 나는 각 SNS의 특성에 맞게 딱 용도를 정해두고 쓰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발 빠르게 정보를 얻거나, 내 활동 영역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한 통로로 꽤나 유용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접속해 살펴본다.


아까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산탄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바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외신 기사를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이 정보가 한국 언론에는 본격 유통되기 전이었다.


또 나는 SNS를 통해 책 소식도 자주 접한다. 그 중에는 신간 소식이 제법 많다.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아도 몇몇 출판사의 신간은 책 출간 이전에 알 수 있다. 가끔 대표나 편집자들이 작업 중인 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시안에 대해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 몇몇 믿을만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알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어제 나는 [이야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프랑스 혁명]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보았다. 대학 시절부터 프랑스 혁명은 늘 내게 관심 주제였다. 이 책은 꼭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가 오늘 장바구니에 담는다. 















주말 동안 더위가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고민을 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견딜 것인가. 아니면 아껴뒀던 카드 하나를 꺼내 쓸 것인가. 암튼 오늘 오후만 무사히 보내면 주말이다. 유난히 힘든 한 주였던만큼 이번 주말에는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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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7-08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십니다. 기후와 환경은 tipping point 를 넘어간 것 같아요 전쟁 할 시간에 전지구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텐데 현실은 더 큰 전쟁이 올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2-07-10 12:36   좋아요 1 | URL
티핑 포인트를 이미 넘어갔다는 생각을 저도 가끔 합니다. 물론 남한테 말 한 적은 없고 그저 혼자 생각만.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너무 우울해 질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7-0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어제 초중등학교 예산 빼서 대학으로 돌리겠다는거 보고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 하자는 거 아직도 콧방귀도 안뀌면서, 예산 축소라니 말이죠. 정책이 있는거 같지도 않은데 그나마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정책들은 뭐 따져보기도 전에 말이야 빵구야 하게 되니 참 어이가 없네요.
감은빛님 건강을 위해서 이번 주말은 유난히 습하고 더울 거 같으니 아껴둔 카드를 하나 빼서 쓰시는걸 추천합니다. ^^

감은빛 2022-07-10 12: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기사 보고 어이가 없었어요. 아직은 어린 아이가 하나 있어서 신경이 쓰이네요. 참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이 제정신이지 의심이 가게 만드는 것들이네요.

안그래도 카드 하나 썼어요. ㅎㅎ 덕분에 시원한 주말을 보냈네요.

희선 2022-07-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기후변화를 바로 느끼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군요 한사람 한사람이라도 조금씩 뭔가 하면 괜찮을지... 지구온난화는 정부가 앞장 서야 많은 사람이 그걸 할 텐데... 이번주도 비가 오다 그치고 습도가 높네요 오늘은 잠시 쉬던가, 날씨 들으니 소나기 오는 곳도 있고 내일부터 전국에 장맛비가 온다고 하더군요


희선

감은빛 2022-07-18 13:1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고, 개인적인 실천도 많은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상황이죠. 엄밀히 말하면 기업들 이득 챙겨주느라 기후위기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한심하죠!
 

벌레들의 습격2


지난 토요일 아침에 벌레들의 모습을 보고 좀 놀라서 글을 썼었다. 그날 정말로 온 동네에서 난리가 났었던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민원에 대한 언급과 그 벌레에 대한 정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구청에서 알림톡을 발송했다. 민원이 많아서 곧바로 방역에 나선다고 했다. 방역이라고 하면 소독약을 뿌린다는 얘기. 아니나 다를까 동네 곳곳에서 소독을 시작했다고 증언이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 소독약을 뿌리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소독약은 살충제이고, 모든 곤충은 살충제에 계속 노출되면 내성이 생긴다. 재작년과 작년 대벌레 사태 때에도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엄청 뿌렸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내성만 키웠다.


일단 이 벌레의 정체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흔히 사랑벌레라고 불리는 이 벌레는 파리과의 곤충으로 학명은 플레시아 니어크티카라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Lovebug) 성충의 생존 기간은 3~5일이며, 그 기간 내내 암수가 붙어있어서 영어로 러브 버그라고 불린다고. 우리 눈에 띄는 모습도 대개는 암수가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문제이지, 딱히 사람을 물지도 않고 다른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짝짓기를 마친 후에는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땅 속에 알을 낳고 죽는데, 한번에 300개 가량을 낳는다고 한다. 이 알들이 부화하고 애벌레 시기에 땅 속에서 활동하면서 무기물들을 분해하는데, 그 활동이 생태적으로 이롭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미국 플로리다 등의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많은 개체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창문이나 유리에 달라붙어서 공포감을 준다고. 특히 운행 중인 차량의 앞 유리창에 수백마리가 달라붙어서 운전을 못할 정도라고. 


이 벌레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이 올해 처음인데, 앞서 말했듯이 한번에 3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다면 앞으로 점점 더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토요일 당일 곧바로 여러 방송사의 뉴스에서도 언급이 되던데, 방충망도 소용없이 막 들어온다고 하더라. 다행히 우리집은 상대적으로 방충망이 촘촘해서 그런지 막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실 어떤 벌레라는 걸 인지하고 그 특성을 파악한 후니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겨도 이제는 그날 아침처럼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성충의 활동 기간이 겨우 5일 이내라고 하니 이미 수명이 다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살충제를 뿌리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자꾸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트랩을 활용했다고 하더라.


폭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일기예보는 월요일인 오늘 비가 올 거라고 했었는데, 비는 안오고 엄청나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 일요일과 오늘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버티는 일은 좀 힘들었다. 어제는 찬 물에 샤워를 두 번 했다. 이왕 샤워를 할 거니까 좀 더워도 운동을 하고 씻었다. 그런데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어도 한 시간만 지나면 금방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간밤에는 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조금 걱정이 된다. 다행히 정말 너무 더워서 못 견딜 것 같은 날에는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으로 피신할 수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두어번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올해도 한 후배가 어차피 본인도 에어컨을 켜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더위라면 혼자서 켜는 것 보다는 둘이 있을 때 켜야 죄책감이 덜하니 자기 집으로 퇴근하라고 하더라. 고마웠고 또 든든했다.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니 그 대안을 생각하며 더위를 더 잘 버텨보리라 마음 먹었다.


뉴스에서 올해 첫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라고 했던가? 암튼 더위에 몸쓰는 일을 하다가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잠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의식을 잃었다가 결국 돌아가신 거라고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 쓴 벌레 글에 우리 집이 동네 뒷산 자락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이 집에 5년째 살고 있는데, 단 하루도 주위에 공사 현장이 없었던 날이 없었다. 그러니까 매일 집 주변 어딘가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고 있었다는 얘기. 지금은 5곳의 공사현장이 있다. 평소에도 늘 2~3곳은 있었다. 어딘가가 공사를 마치면 또 어딘가에 공사를 시작한다.


이 더위에도 공사현장에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더라. 어휴! 또 어디선가 누군가가 폭염으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돌아가시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기후위기 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자연 재해중에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재해가 바로 폭염이다. 태풍이나 홍수보다 더 크다. 그리고 폭염의 피해는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에어컨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쾌적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더 크게 폭염의 피해를 입는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온실가스는 지난 산업혁명 이후로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배출했는데, 정작 지금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쪽에 40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되면 적어도 수백명씩 온열질환 사망자가 생긴다.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재앙이다.


아까 낮에 한창 더울 때는 사무실에 혼자여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다른 동료가 들어왔다. 동료는 둘이니까 에어컨을 켜자고 했고, 나도 간신히 버티던 중이어서 동의했다. 지금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지만,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집안은 찜통일 것이 분명하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느라 땀에 흠뻑 젖을테고, 더우니 가볍게 샌드백을 조금만 치다가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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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 러브버그 얘기가 나오는 그 동네 살고 계시는군요. 갑자기 저렇게 벌레가 무더기로 나오면 저는 기겁할듯요. 그런데 또 소독이 대안이 아니니 참 같이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보통 여름 초반에 이렇게 더우면 한여름은 오히려 좀 나아지는 경우도 많던데 올해는 어쩔지... 진짜 너무 무더워서 오전에 걷고 오면 땀으로 목욕을 하는 수준이네요. 어쨋든 이렇게 더울수록 체력 관리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이 여름을 견뎌 보아요. ^^

감은빛 2022-07-07 15:47   좋아요 1 | URL
네, 우리 동네는 몇 해 전부터 뉴스에 벌레떼 문제로 유명했어요.
재작년과 작년에는 대벌레 급증으로 인해 2년 연속 뉴스에 여러번 나왔어요.
올해는 이미 저 러브버그로 한 번 나왔는데,
조만간 대벌레까지 나오면 3년 연속에 올해 여름 두 번째 뉴스 출현이겠네요.

더워도 너무 덥네요.
아직 장마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장마가 끝나봐야 얼마나 더 더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yamoo 2022-07-07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창 나오는 벌레떼 뉴스가 러브버그더라구요. 이 벌레가 해충은 아니라서 그나마 안심입니다만, 보기에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벌레가 너무 많으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뤼..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시는가요? 정말 좋으시겠어요. 저도 혼자 근무하는 환경알아보았는데, 거의 없더라구요..ㅜㅜ

감은빛 2022-07-07 15:59   좋아요 1 | URL
토요일 아침에 제가 깜짝 놀란 이유가 수백마리의 벌레 사체 때문이었지요.
이게 무슨 나쁜 징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우리 일터에는 평소 3명이 일해요.
그런데 3명이 모두 함께 있는 날은 별로 없구요.
시간대에 따라서 1~2명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혼자 있는 날도 있지요.

얄라알라 2022-07-0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연히 제목에 낚여 읽은 기사에서는
유능한,촉망받는 21세 여성 파일럿이 모기에 물려서 급사망하게 된 비극.

지구가 뜨거워지면 전염병균, 벌레들...감당 못하는 의외변수들이 등장할 것 같아요

감은빛 2022-07-10 12:34   좋아요 0 | URL
모기가 일부 전염병을 옮기기는 하지만, 모기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은 처음 듣네요.

코로나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본 적이 있어요. 인생 뭘까 싶은 그런 이야기죠.
 

장면1.

아침에 집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와 1층 건물 현관을 도달했는데, 바닥에 온통 시꺼먼 벌레들 사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대충봐도 수십마리. 일단 여기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늦기 전에 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손잡이를 잡은 손에 뭔가가 만져졌다. 역시 벌레 사체였다. 윽! 이번만큼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손을 빼고 사체를 털어냈다. 손에 액체가 묻어있었다. 얼른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맙소사! 이번에는 수백마리의 동일한 벌레 사체가 입구에 흩어져있었다. 이게 뭔 일이지?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이 집에 5년째 살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동네 뒷산 중턱이라 벌레도 많고 각종 새 울음 소리도 잘 들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지간한 등산 코스처럼 느껴지는 집이지만, 이렇게 수백마리의 벌레가 하얀 디딤돌 위에 흩어진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이게 혹시 무슨 자연현상의 전조 현상은 아닌지 조금 불안했으나 더 늦기 전에 움지여야 할 상황이라 일단 걸음을 옮겼다.

장면2.

경사가 급한 골목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왼쪽 무릎과 발목에 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온 몸의 관절에 통증이 옮겨다니는 증상이 나타난지도 6년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런 관절로 이 동네에 사는 건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이다. 오르막길을 올라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괜찮지만, 내려가는 일은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줘서 절뚝거리거나 뒤뚱거리며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매번 누군가 뒤에서 날 보면 참 우습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내려간다.

그러는 와중에 골목 오른쪽 한 신축빌라 현관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윽!˝, ˝어우씨!˝ 등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펄쩍 뛰는 모양새로 현관을 나섰다. 왜 그러나 싶어서 봤더니 그 신축빌라 현관에도 수백마리의 벌레가 죽어 흩어져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집 현관에서 본 놈들과 같은 놈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 젊은 남성은 진절머리를 치며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우리집은 바로 뒤가 산으로 오르는 입구라 벌레가 그렇게 많은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 집은 골목을 조금 내려온 위치라 여기에도 이렇게 많은 벌레가 있다니 좀 이상하다 싶었다. 하얀 디딤돌 위에 새까만 벌레 사체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우리집처럼 수십년 된 낡은 빌라가 아니라 최근에 지은 신축빌라라서 더욱 눈에 잘 띄었다.

장면3.

이번엔 내리막길을 완전히 내려와 차도를 건너 평지의 골목길을 한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일방통행로 한쪽으로 인도가 있어서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연세가 무척 많아 보이는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 두 분이 길 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두 분 중에 허리가 조금 덜 굽은 분이 손에 싸리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고 계셨는데, 그 동작이 좀 힘이 없고 어설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두 분의 대화가 얼핏 들렸는데, 건물 현관 입구에 웬 벌레들이 떼로 죽어있어서 이게 뭔 일이냐고 말씀을 나누는 거처럼 들렸다.

내가 두 분 곁을 지나친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정확히 그 내용을 유추하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히 들은 몇몇 단어와 상황은 그랬다. 마음으로는 잠시 걸음을 멈춰 두 분의 대화를 더 듣고 싶었지만, 뭔가 오해를 살만한 상황일 수도 있고 나도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 집은 워낙 산 중턱에 위치해있어서 평소에도 벌레가 많은 곳이지만, 여기는 한참을 내려와 완전 평지에 대규모 주거밀집지역 한 가운데에 위치한 곳인데, 여기도 같은 현상이라고? 이거 정말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

사실 이렇게 어떤 특정한 벌레들이 대규모로 나타나 사람들이 놀라는 일은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몇몇 뉴스 장면에서는 정말 징글징글하게 많은 벌레떼의 출현을 전해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 다른 뒷산에서는 대벌레가 너무 많아졌다는 뉴스가 재작년과 작년 2년 연속으로 나왔었다. 어딘가 다른 동네에서는 무슨 나방이 갑자기 급증해서 골치거리라고 했고, 또 어느 동네에서는 무슨 애벌레가 급증해서 난리라고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바뀌면 먼저 서식하는 식물 종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그 식물들을 섭취하는 곤충들이 바뀐다. 이때 그 서식환경에 딱 맞는 어떤 특정한 종은 갑자기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딱 그 지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한반도의 모습을 지켜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장마와 동시에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기상 캐스터가 전했다. 며칠 전 강릉의 최저기온이 30도를 넘겼는데, 6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긴 것은 기상관측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캐스터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을 잘 못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수를 깨닫고 정정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뒤이은 설명에서 최고 기온은 31도로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온도차가 약 1도 밖에 되지 않는 일도 매우 드믄 일이라고 했다.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더 놀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1인당 전기 소비량

우리 집에는 아직 에어컨이 없다. 고지대에 살아서 여름에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잘 통하기도 하고, 선풍기 3대를 잘 활용하면 폭염에도 그럭저럭 버틸만하다. 무엇보다 혼자 살기 때문에 옷을 벗고 지내고, 더우면 곧바로 가볍게 찬 물을 덮어쓰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말리는 것으로 버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는 날은 힘들기는 하다.

일터에서도 나는 상대적으로 에어컨을 덜 켜고, 온도 설정을 잘 활용해서 전기를 덜 쓰도록 조정한다. 가끔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면 온도가 확 낮춰져 있는 걸 확인하는데, 곧바로 적정온도인 26도로 다시 올려둔다. 그럼 에어컨은 냉방 기능을 멈춘다. 이미 실내온도가 그만큼 낮춰져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나는 홀로 일터에 앉아 있는데, 아직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하나로 잘 지내고 있다. 아까 무지 더울 때에는 켜고 싶었으나 꾹 참고 선풍기 바람으로 열을 식혔다.

얼마전 jtbc 뉴스룸에서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이 세계 3위라는 말이 맞는지 팩트체크하는 장면이 나왔다. OECD 가입국 기준 1인당 전기 사용량을 따져보면 3위가 아니라 8위라고 했는데, 독일이나 영국 그리고 일본 등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보다 더 높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전체 전기 사용량을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수치이고,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따져보면 훨씬 더 낮은 수치로 하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전기 사용량보다 산업용 등의 전기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가 맨날 국민들에게 전기 아껴쓰라고 말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절약을 실천하고 살고 있었다. 정부는 오히려 과다 소비하고 있는 산업용 전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정상화 시킬지를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했는데, 자본 친화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과거 정부들은 언제나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전기 요금을 깎아주고 어떻게든 혜택을 더 주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대기전력 좀 줄여보겠다고 애써온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도 안 찰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약 13~14%에 이른다. 일본이 20%가 넘고 미국이 33%를 넘는 것에 비하면 무척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도 20~30%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문재인 정권은 핵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으면서 말로만 탈핵을 외쳤고, 대규모 석탄 화력발전발전소들을 계속 지으면서도 입으로는 온실가스 절감을 떠드는 코메디를 보여줬다. 술을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뭐 이런 코메디를 몸소 보여주시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 이번 윤정권은 아예 시간을 거슬러 이명박 정권 시절의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무식하고 멍청하고 우스운 짓인가. 전세계에서 핵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는 나라는 채 5개가 되지 않는다. 왜 다른 선진국들이 답이 없는 핵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위해 노력하는지 안 보이는 것 같다. 아니 보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이제 우리 국민들은 개인적인 실천들 보다 정부 차원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칠지도 모른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How dare you ~ ˝ 를 외친 그레타 툰베리의 표정과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사상 유래 없는 고물가 시대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올랐다. 그럼에도 내년 최저시급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넋두리는 우리 시대의 보편적 모습이 되었다.

한전 적자 구조의 핵심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아니다. 산업용 요금이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말란 뜻이 아니다. 비정상정인 이 나라의 전력 사용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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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철 기온은 높고 습도 장난 아니고.... 집에서 도저히 못견뎌서 에어컨 제습기능부터 시작이네요. 올해는 유난히 에어컨을 빨리 튼듯해요. 제가 휴직하고 집에 있는데다 고등학생들이 없어지고 일찍 방학을 맞은 대학생 둘이 낮에 집에 있는 이유도 큰 거 같고.... 기후변화를 생각하며 약간의 더위를 못참는 몸뚱아리를 생각하며, 그래도 더 중요한건 감은빛님 말씀대로 전력 사용구조라는걸 생각하며.... 아 어지럽네요. 어쨌든 무엇이든 작게라도 노력하겠다는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또 생각해봅니다.

감은빛 2022-07-07 15:4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올해 유난히 더위가 빨리 왔다고 기상 전문가가 말하더라구요.
당연히 에어컨을 일찍 가동할 수 밖에 없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에어컨 켜면서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요.
기후변화에 대한 죄책감과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감.
더울 때는 온열 질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사용해야죠.
저처럼 없는 집이라면 선풍기를 활용해 잘 버텨야 하구요.

2022-07-0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벌레 아주 유명하더군요.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건데...무슨 러브 버그란 이름 같습니다. 일주일 정도 살다가 죽는데, 교미하면 수컷은 바로 죽는답니다. 요즘 엄청나게 많이 출몰하는 거 같아요. 강남에서도 강동에서도...
경기도는 말할것도 없구요..

yamoo 2022-07-05 09:13   좋아요 0 | URL
이건 제가 비로그인 된걸 모르고 단거에요^^;;

확실히 환경이 예전같진 않나 봅니다.

감은빛 2022-07-07 15:43   좋아요 0 | URL
딱 지난 주말이 피크였어요.
주말이 지나자마자 벌레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알라딘은 가끔 로그인 상태에서 아무 변화도 없다가 갑자기 로그인이 풀리곤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