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식사할 땐 긴 스푼을 써라 - 제1회 디지털 문학대상
김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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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디지털 문학대상 수상작(제2회 수상작은 아무리 검색해도 안 뜬다. 이 문학상이 1회에 그치고 만 것일까? 문학상의 이름이 그새 바뀐 걸까?)이면, 나온 지 2~3년은 더 된 책일터다. 요즘 집에 있는 책들 중, 휘젓는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있는데, 이 책이 딱 걸렸다. 나와는 취향이 번연히 다른, -이 책을 몇년 전에 읽은- 남편은 이 책이 그저그렇다 했고, 그런 연유로 재미를 보장할 수 없어 도박하는 심정으로 읽었지만, 그렇게 심심섭섭한 평을 할 정도는 아니고 아주 썩 괜찮았다.

일단 베트남 여행기와 살인 사건의 맞물리는 구조라 작가가 작품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추리 작가가 이런 공쯤 기울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가는 몰라도?). 그리고 살인 행각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역대 추리 소설의 계보를 훑고, 세계적인 작가들의 경향을 살피는 듯한 토론들은 이 분야(추리 소설)에 문외한 본 독자가 주어 들을 게 퍽 많은 장치였다. 베트남까지 가서 배낭객들이 모였다하면 추리 소설에 대해 토론하고, 이런 토론을 통해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의중을 떠본다는 설정이 좀 억지스러운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엘러리 퀸이 사촌지간인 맨프레드 리와 프레데릭 데니의 공동 필명이었다는 것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내가 또 어디서 주워 들었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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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만드는 경제기사
이상건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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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점쟁이에게 앞으로 자신의 팔자가 어떨 것인지, 점을 보았다. 점쟁이 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10년만 꾸준히 하면 그 쪽 방면에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야.”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그 분야에서 대성할 거라는 이야기인데...... 점괘치곤 너무나 지당하고도 당연한 말씀이라. 복비가 많이 아쉬웠단다.

이 책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돈을 벌고 싶은가? 그렇다면 경제 기사를 매일 보는 습관을 가져라.”, “1년만이라도 꾸준히 그렇게 열심히 신문과 뉴스에 귀를 열어봐라.”라고.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각 신문마다 경제 지식과 관련된 지면을 꼼꼼히 읽는 것이었다. 전문 기자의 경제 교실이나 각 분야 전문가의 ‘시장 읽는 법’등의 기사말이다. 적접적인 재테크 기사나 금융 상품 소개 기사도 당장의 의사 결정을 위해 읽어야 하지만, 매일 그런 정보만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 돈 벌 기회를 포착하는 내재적인 힘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났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부터는 “경제 기사를 보는 눈이 생겼겠지.” 하고 앉아 있으면 도로아미 타불이다. 요는 이와 같은 류의 책을 백날 읽는 것보다는 최소한 1년 동안 반드시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신문 기사 읽기를 실천해야 ‘부자 만드는 경제 기사’의 의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담 경제 신문이나 열심히 들여다 볼 것이지 구테여 이 책은 왜 읽었을까? 이 책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경제 기사를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준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일테면, 이 책에서 나오는 ‘고령화 기사는 미래의 돈이다 - 전후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선발 주자인 1955년생이 오십 줄에 들어서는 2005년무렵부터는 우리 나라에서도 실버 산업이 번창할 것이라는 요지의 글-와 같은 쳅터는 미국 노년층의 2번째 집 갖기 열풍의 예와 일본의 장기간의 불황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장년층들의 자기 계발과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자격증 취득 열풍에 관한 기사를 함께 다루면서 독자로 하여금 경제의 흐름을 보는 다각적인 시각을 유도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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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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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남들이 출근하듯 나도 인근 구립도서관에 나가 이 책을 읽었다. 공무원 시험, 학교 시험, 각종 고시 준비에 기타 등등의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하랴 여념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책상 위에 딱 이 두꺼운 책만 펼쳐놓고, 두 손을 꼭 모으고(도서관 안이 조금 싸늘해서)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서 읽었다. 딱히 정한 것도 아닌데 오전부터 시작해서 오후 다섯시까지 꼬박 있으면 하루에 60페이지 가량을 보게 된다. 이 책은 결코 속도를 내서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차마 그럴수가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형제들과 사촌들 그리고 이모, 고모의 전향 설득에도 비전향을 고집하는 서준식 그를, 그래서 결국엔 스물네살에 들어간 감옥을 사십이 넘어 17년이라는 세월 동안을 보내온 서준식을 보면, 마틴 루터 킹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생각난다.

“나는 한 개인이 양심이 그에게 부당하다고 명한 법을 위반하고, 그리고 그 부당성에 대해 공동체 전체의 양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기꺼이 그 형벌을 받아들여 감옥에 머무는 일이야 말로 법에 대한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것이지 싶다”고 말했다던...

그가 감옥 생활의 고독함을 감수하며 온 힘을 다해 사명을 이루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리란 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서준식(참고로 그는 비기독교인이고, 단순이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함이 아닌)'약자를 위한 예수'를 발견하는 부분(동생 영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을 읽었을 때, 그가 17년간의 감옥 생활 가운데 편지 모음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가를 조금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예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수가 단순히 '약자의 편'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이 그 어떠한 강자가 된다 하여도 영원히 약자의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예수가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다. 예수는 모든 이념이 경직화되고 '자율적'인 것이 되어 버릴 때 그것이 인간을 얼마나 무자비하게 억압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 준다. 우리들이 이념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항상 '인간에 대한 개개의 구체적인 사랑'에 굳건히 발 디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것이 나 개인이 겪어야 했던 (그리고 어느 의미에서는 지금도 겪고 있는) 그 처참한 정신적 위기에 있어서 얼마나 절실하고도 귀한 가르침인가를 나 자신 이외의 아무도 알 수 없다. 이것은 '영원한 약자의 편'일 수 있는 한 가지 길이다.”

그리고 서준식은 옥중에서 ‘노예’의 결박을 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른바 ‘보안감호처분 무효확인소송’이었다. ‘보안감호처분 무효확인소송’이란, 다시 말하면 ‘노예’가 아닌 ‘인간’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였다. 서준식의 요구는 절실했다. 그러나 연거푸 세 번을 거절당했다.

사람이라고 무조건 사람인가!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려면 착해야 한다. 그런데 각박한 이 세상에서의 착함이란 ‘약함’의 다름 아니다. 그러한 약함을 고수하며 살기란 그렇다 너무 어렵다.......‘어리석은 자가 끝까지 어리석음을 고수하면 현명한 자가 된다.(윌리엄 블레이크)’라고 내내 읊조리던 그는 부조리한 권력에도 빌붙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했던 우직한 사람이다.

내가, 나같은, 인간으로써 짊어져야 할 고뇌랄까 절망 같은 것을 자주 팽개쳐버리고 싶어하는 이가, 이 옥중에서의 서간들의 아롱아롱 새겨진 따뜻한 글줄들을 정말이지 제대로 감상으로 풀어 낼 수나 있을까,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무척이나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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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0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전 끝내 고가의 책이라는 이유로 아직 보지 못했는데 너무 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님이 불을 지르셨습니다. ^^ 이 책은 김규항의 B급 좌파를 읽고 나서 그가 출판인이 되어 낸 책이라 더 읽고 싶었지요. 님은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하셨는데 전 부끄러워지는 그의 책으로 계속 부끄러워라도 질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ㅠ.ㅠ

icaru 2004-08-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구나...예...이 책의 출판사 야간비행 주간인가 편집장인가 였던거 같아요...김규항이..말이지요...

님 언젠가 이 책 꼭 읽으시리라...

 
주택.상가 임대차 매매
박종면 지음 / 대학서림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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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부동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울에 살면서 두 번째로 이사한 집에 전세로 산지 1년쯤 되어갈 때였다. 어느날부턴가 집주인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또 주인집에 근저당이 있었는데, 시일이 많이 지나 이 집이 경매에 들어간 것이다. 전세금을 홀랑 날리게 생긴 나는 법률계에 자문할 만한 빽도 없고 하여서, 통신에 접속하여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았다. 전세금을 살릴 수 있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 봐야 했기에…. 다행히랄지 세입자 보호법 같은 것도 있고, 최소액 변제라 하여 전세 세입자 중에 가장 적은 금액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 순위로 변제해 주는 법이 있어서, 전세금 중에 일부는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불행 중 다행인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되고 법원에서 판결을 냈을 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유인 즉 전입 신고 서류상 기재되어 있는 주소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우리 주소에는 번지 기입 하고 그 끝에 “제 2호”라는 게 붙어야 한다고 했다. 경매에 처한 그 다가구 주택에는 나를 포함 네 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 중에 한 가구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나처럼 제2호라는 주소를 등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입 신고를 했었고, 또 모두 전세금의 한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 다른 한 가구만이 전세금도 고스란히 돌려받고 또한 그 집을 낙찰 받았으며, 나머지 가구들에게 당장 이사가지 않으면 집달리를 불러 강제 퇴거 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래서 이사 비용 얼마를 받고 그 집에서 이사 나왔지만, 그 후 나는 법의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장을 냈고, 또 판결까지 얼마의 시일을 보내야 했다.

처음엔 나홀로 법률 전문가가 되어 법원과 구청을 전전하며 서류들을 준비했지만,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밖을 떠도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법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냉대에 지쳐서 결국에는 변호사를 선임해 의뢰하였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최종 기각 판결이 났다. 없는 돈에 변호사까지 선임한 마당이었는데.....그야말로 전세금 모두를 잃어야 했다. 지금은 덤덤하게 말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의 막막함과 속쓰림, 전입 신고할 때 저질러진 사소한 나의 실수(제 2호를 누락시킨 상태에서 전입 신고를 한 것)에 맘속으로는 땅을 치며 울던 나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날린 전세금을 ‘어렵게 부동산 법률 지식에 대해 공부한 수업료 투자한 셈’ 치라며 날 위로했다.

이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법에는 임대차 보호법이라는 게 있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세입자를 우선 보호한다는 법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법은 어디까지나 근저당 설정자(나의 사례 경우 국민은행)와 부동산 소유자 편이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아파트 건축 부동산 법 조항을 만든 위원들의 집주소가 공개된 걸 봤다. 대략 10명 가량의 위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분당에 또 한 명이 송파구였고, 나머지는 집주소가 모두 강남구였다. 그래서 강남의 아파트 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좋은 학군이 편성되는 것이리라 너무 뻔할뻔자다...

새삼 법 조항은 모두 있는 자를 위한 거였다며 분통이나 터뜨리고 있진 않겠다. 그 짓은 지난 몇 년간 줄곧 해 왔던 거니까. 꼭 재테크나 부동산으로 한몫 단단히 축재해 볼 생각에서가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지식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살면서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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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우테 에하르트 지음 / 글담출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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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껍데기에 그런 말이 있다. 대단히 착한 여자는 나쁜 여자로, 약간 못된 사람은 최고의 나쁜 여자로 승진시켜 준단다. 와우....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고 했겠다.
제목은 이렇지만, 여자가 상당히 나빠지기를 무조건적으로다가 권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 아니 여자들 있지 않나. 일이 잘못되면 모두 자기탓인 것만 같고, 뭘 해도 자신감이 없는, 일상에서 특별히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함은, 행동은 결과를 낳고 결과란 때론 위험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함이 소기의 목적인 것 같다. 나도 책의 초반엔 무척 고무되어 읽어 내려갔다. 내 속의 소심한 완전주의자(실패 같은 걸 하느니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시도 따위도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는)의 면모를 조목조목 집어주고 눅여 주고 있는 것 같아서....말이다. 흔히 여성의 미덕이라고 일컬어지는 다른 사람을 돌보고, 편안한 분위기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책임을 느껴할 필요가 없음을 설파해 주어서, 무슨 일이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며 행동할 것을 호소해 주어서, 퍽 고맙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착한 여자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당신 마음에 숨겨져 있는 의식의 덫은 당신을 ‘착한 여자 신드롬의 제물로 만들려 한다. 매일매일 이 의식의 덫을 제거해가자. 약간의 시간과 연필 한 자루, 그리고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세수하는 정도의 일관성이면 당신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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