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 임대차 매매
박종면 지음 / 대학서림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나에겐 부동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울에 살면서 두 번째로 이사한 집에 전세로 산지 1년쯤 되어갈 때였다. 어느날부턴가 집주인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또 주인집에 근저당이 있었는데, 시일이 많이 지나 이 집이 경매에 들어간 것이다. 전세금을 홀랑 날리게 생긴 나는 법률계에 자문할 만한 빽도 없고 하여서, 통신에 접속하여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았다. 전세금을 살릴 수 있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 봐야 했기에…. 다행히랄지 세입자 보호법 같은 것도 있고, 최소액 변제라 하여 전세 세입자 중에 가장 적은 금액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 순위로 변제해 주는 법이 있어서, 전세금 중에 일부는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불행 중 다행인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되고 법원에서 판결을 냈을 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유인 즉 전입 신고 서류상 기재되어 있는 주소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우리 주소에는 번지 기입 하고 그 끝에 “제 2호”라는 게 붙어야 한다고 했다. 경매에 처한 그 다가구 주택에는 나를 포함 네 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 중에 한 가구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나처럼 제2호라는 주소를 등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입 신고를 했었고, 또 모두 전세금의 한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 다른 한 가구만이 전세금도 고스란히 돌려받고 또한 그 집을 낙찰 받았으며, 나머지 가구들에게 당장 이사가지 않으면 집달리를 불러 강제 퇴거 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래서 이사 비용 얼마를 받고 그 집에서 이사 나왔지만, 그 후 나는 법의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장을 냈고, 또 판결까지 얼마의 시일을 보내야 했다.

처음엔 나홀로 법률 전문가가 되어 법원과 구청을 전전하며 서류들을 준비했지만,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밖을 떠도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법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냉대에 지쳐서 결국에는 변호사를 선임해 의뢰하였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최종 기각 판결이 났다. 없는 돈에 변호사까지 선임한 마당이었는데.....그야말로 전세금 모두를 잃어야 했다. 지금은 덤덤하게 말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의 막막함과 속쓰림, 전입 신고할 때 저질러진 사소한 나의 실수(제 2호를 누락시킨 상태에서 전입 신고를 한 것)에 맘속으로는 땅을 치며 울던 나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날린 전세금을 ‘어렵게 부동산 법률 지식에 대해 공부한 수업료 투자한 셈’ 치라며 날 위로했다.

이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법에는 임대차 보호법이라는 게 있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세입자를 우선 보호한다는 법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법은 어디까지나 근저당 설정자(나의 사례 경우 국민은행)와 부동산 소유자 편이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아파트 건축 부동산 법 조항을 만든 위원들의 집주소가 공개된 걸 봤다. 대략 10명 가량의 위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분당에 또 한 명이 송파구였고, 나머지는 집주소가 모두 강남구였다. 그래서 강남의 아파트 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좋은 학군이 편성되는 것이리라 너무 뻔할뻔자다...

새삼 법 조항은 모두 있는 자를 위한 거였다며 분통이나 터뜨리고 있진 않겠다. 그 짓은 지난 몇 년간 줄곧 해 왔던 거니까. 꼭 재테크나 부동산으로 한몫 단단히 축재해 볼 생각에서가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지식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살면서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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