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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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고샵을 이용해서 미미 여사의 브레이브 스토리 1,3 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곧 2, 4권은 서점에서 구입했다. 책에 대한 사전 지식 하나 없이, 그녀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재미를 보장하리라 여겼던 것인데, 비디오 게임도 무협지 혹은 환타지 장르를 그닥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크나큰 실수였다. 자그만치 4권이 아닌가 ㅠ.ㅜ

그러나 역시 그녀의 사회파 소설은 대단하다. 이 책은 소설인데, 뭐랄까 유추를 잘 해내고, 예시를 잘 드는 작가라서 아주 잘 쓰여진 범죄 심리 개론서를 읽는 느낌이 살짝 든다고나 할까?

내가 너무 쉽게 실망했다가 반했다가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신참내기 사회 초년병 시절에 대한 감회에 자주 빠졌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우리(누구?)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다.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작가님 끝까지 입에 떠먹여주는 서비스를 해 주셔야지용~




9쪽

소년과에 근무할 때 체포한 적이 있는 소매치기 상습범 소녀가 떠올랐다. 솜씨가 뛰어나 동료의 밀고가 없었더라면 아마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이들 취향의 고급 브랜드를 전문으로 털어 온 그녀는 그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나선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어디에다 팔아 넘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무도 보지 않은 자신의 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그 옷들을 일일이 입어 보았을 뿐이다. 시계나 액세서리까지 하나하나 맞춰 가며 패션 잡지의 모델처럼 차려 입고 포즈를 취해 본 것이다. 안 어울린다는 평 따위는 들을 두려움도 없이, 단지 자기 자신만이 즐겼을 뿐이다. 외출할 때는 언제나 무릎이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낡은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었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자기 주장을 하는 행위는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혼마는 오후의 텅 빈 지하철 안에서 깨달았다.

 

213쪽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은 재능이 있다는 소리예요. 안 되는 사람은 아무리 좋아해도 안 되는걸요. 당신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일이 있었고, 그 일에 재능이 있었고, 그 방면으로 나가는 데 아무런 방해도 없었어요.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뭐라고 말하겠어요?"

310쪽

왜 뱀이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래요.
다리 같은 게 있든 없는 뱀은 뱀인데.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그래서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울을 팔아먹는 똑똑한 뱀도 있는 것이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 하는 뱀도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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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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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역할의 헌책방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돕는 고1짜리 손자의 주거니 받거니가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여섯 개의 작품이 모인 단편집이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불효막심한 손자놈으로, 손자는 현역의 비애를 맛봐야 하는 장사만으로 가득찬 내장 메모리의 할아버지라고 비아냥하지만.....
특색이라면 각 작품마다 별 연관 없어 보이는 두세 가지의 크고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교직한다. 작품 하나를 다 읽고 나면, 전체를 관통하고 주제로 응집된다.

  

유월은 이름뿐인 달

<이와 손톱>이라는 추리 소설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작품




말없이 죽다

여섯 단편 중에 가장 무릎을 치는 반전을 보여 주었고 또한 감동적이었다. 일생을 회사 집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보내신 번다한 취미 하나 없으신 아버지가 계속 생각났다.




무정한 세월

사람에게 손을 대는 것(죽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에 관계한다는 것은 가해자의 어깨를 일평생 무겁게 짓누를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인과응보의 주제




거짓말쟁이 나팔

아무나 선생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명하게 처신한 꼬마가 나온다. 




일그러진 거울

이 작품 또한 감탄스럽달까. 자신의 그릇을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에든 쉽게 단념하며, 도전적인 자세가 부족한 유키코. 지하철에서 누군가 일부러인 듯 놓고 간 문고판 소설책에서 격려를 받는다. 그 안에는 명함 한 장에 책갈피처럼 꽂아 있었고, 자신을 그토록 놀라게 만든 문장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준 사람일 것으로 추측되는 명함 속의 인물을 찾아간다. 쑥스럽지만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알고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았고, 다만 건축 사무소 영업 홍보용으로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그 속에 자신의 명함을 끼워 지하철에 두고 내렸던 것이다. 남성 잡지 모델처럼 좋은 체격, 고급 신사복에 손목신계를 찬 젊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 남자는 결국 책을 읽지는 않았던 사람. 유키코는 실망하기보다는 개운하고 산뜻해한다. (늘 뒷전에서 자기 우물속만 바라보던 그녀가 비로소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명함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 일- ) 유키코의 그 심정을 어쩐지 너무도 잘 알 것 같다. 이건 뭐지...?




쓸쓸한 사냥꾼

글쟁이로서 안락사를 하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

 

 

 

뱀발 ... 거짓말쟁이 나팔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페이지 부분에 하시라(작품 제목)에 '거짓말쟁이 일영', '거짓말쟁이 홍민'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일영 씨와 홍민 씨는 부부이거나 연인 사이인가 보다. 편집자의 귀여운 장난인가... 못보고 넘어간 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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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ty 2009-04-0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신문 보다 알았는데, 뱀발로 달아놓은 게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일부러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랍디다. 책마다 그런 장난을 심어놓는대요. ㅋㅋ
 
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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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읽은 미미 여사의 첫 작품.
그리고 한마디..  필력이 정말 좋은 작가인가보다.
그러나 필력만 인정... 어딘지 찝찝하다.
주인공 남자에게는 야무진 여섯살짜리 딸과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다. 직업은 사보 편집자인데, 바로 장인이 그 회사의 회장님
되시겠다. 장인과는 관계가 좋다. 그러나 회사를 경영권은
사위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전제를 두었다.
워낙에 주인공도 권력욕이랄지 야심이 없기도 하고,,,
요는 주인공이 남부러울데없는 조건에 인물됨까지 갖춘 사람이라는 것.
이제 이 인물과 그의 가족의 대척점에 나올 사람이 등장할 차례
그런데, 이 악의 세력(이 책의 제목을 빌어말하자면, "독") 이 알고보니 좀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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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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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조리한 일이 발생했다. 일가의 독살 ....

그게 현재의 시점에서 십여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처음엔 누가 범인일까를 생각하며 읽는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점점 이야기에 몰입됨과 동시에 어쩐지 석연치가 않은 것은 사람들의 진술 조각 조각을 모아서 이 사건의 전체상을 완벽하게 맞추게 되더라도 그게 기쁠 거 같지 않다는 예감이 더해져 오는 것이다.

추리 소설이지만, 당신이 범인 알았냈다 해도, 그리 크게 기쁘지 않을 거랍니다. 라고 말하려는 듯...  

사람들은 당연 이유를 구하게 마련이다. 커다란 음모, 사악한 계략, 약하디약한 우리들은 그런 것을 지어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자기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에게 설명을 구하고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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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9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신명숙의 선택 - 이프 여성경험총서 2
김신명숙 지음 / 이프(if)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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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 ~41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는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엄마는 집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담당하며 모든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그 규정을 어겼으니 집과 직장 모두에서 갖가지 '처벌'이 따르는 것이지요.

(...)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고 대신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는 모성 상업주의가 조장하듯 엄마가 어떻게하느냐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춤추는 텅 비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p.53

데일 스펜더는 <남자가 만든 언어>라는 책에서 남자가 의미를 만들고 지배하기 때문에 남자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없는 여자는 언어로부터 소외되거나 침묵하거나 둘 중 하나로 되고 만다고 설파했습니다. 일례로 '모성'이라는 단어의 경우 남자들이 긍정적인 의미만 부여했기 때문에 모성의 고통스런 경험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인식조차 어렵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자'라고 말할 때 생물학적 사실 외에도 '약하고 열등하다'는 가치판단이 담겨 있는 것, '순결'이란 단어가 여성의 순결만 의미하는 것도 남자들이 의미를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p.63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힘이 없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것이죠. 진실을 직면하는 일이야말로 당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p.143~144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의식과 지위가 급변하고 있는 요즘 완벽한 미인의 이미지들은 융단폭격을 하듯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그럴수록 더 이익을 얻게 됩니다. 미인의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변할수록, 다시 말해 기형에 가까운 소수를 제외한 모든 여성들을 미인이 못 된다고 규정할수록 외모를 가꾸는 산업의 시장 규모는 커집니다. 또 대다수 여성들이 미인이 되기 위해 건강을 해치고, 에너지와 재능을 충만한 삶의 창조가 아니라 외모 가꾸기에 낭비함으로써 여성 파워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지요.

p.150

재미있는 건 성형수술이나 외모관리기술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육체적 아름다움을 '가공 가능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미녀와 추녀 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조롱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극도로 발달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미인의 기준에 가까운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외모지상주의는 오히려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획일적 미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미래 예측가들의 전망이지요.


 p.274 

엄마가 되기 두렵다고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금 우리는 가부장제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집안에 고립된 채 무력감과 우울에 시달리는 어머니, 직장에서는 남에게 맡긴 아이 때문에 늘 불안하고 집에 와서는 쌓인 일 때문에 쉴 틈도 없는 어머니, 학교에 공짜 노동력으로 불려다니거나 입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혈안이 된 어머니, 아이들이 성장한 후 '빈 둥지 증후군'을 앟는 어머니.... 한국 사회의 모성 제도 안에서 정말로 행복한 어머니들은 얼마나 될까요? ....

현재의 모성 제도를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왜 아이를 낳고 싶은지 혹은 낳고 싶지 않은지,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어이며 어떻게 낳아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키울 것인지, ...

'젊은 엄마'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된 엄마' 랍니다.  


p.298

물론 압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요. 세상은 모순적이기도 해서 어느 구석에서는 남자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가 지금처럼 굳건하게 작동하는 한 당신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선량한 당신 역시 성차별주의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자인 당신 역시 페미니즘과 성차별주의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할 이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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